[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4일 8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통 3사가 아이폰6 대란의 책임을 놓고 "따라갔을 뿐"이라거나 "의도하진 않았다"는 이유로 저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방통위는 이날 제57차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0월31일~11월2일 부당하게 차별적인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해 단통법을 위반한 이통3사 및 유통점에 대해 시정조치안을 의결했다.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을 유도한 이통 3사는 이로써 법인 및 임원 형사고발에 이어 각각 8억원씩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불법 지원금을 지급한 22곳의 유통점에게도 100만~150만원의 과태료가 책정됐다.
◇SKT·KT "주도사업자와 경중 가려달라"..방통위 "규모 키운 것도 잘못"
의견진술을 위해 회의에 참석한 이통 3사 관계자들은 서로 주도사업자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은 "아이폰6 대란은 과거 대비 워낙 짧은 기간에 일어난 사태라 주도자 선별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대별로 사업자간 상이한 수준 차이가 존재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기존 보유고객이 없던 LG유플러스가 아이폰 시장에 첫 진입했다는 점에서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선중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아이폰6는 출시 초기 대기수요가 많아 시장활성화 여지가 컸다"며 "사업자간 가입자 확보 경쟁을 하다보니 아이폰6를 중심으로 장려금이 올라가 불법 지원금을 낳게 됐고, 시장상황에 따라 경쟁사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KT는 과열 주도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적극 지목하며 해당 기간 LG유플러스가 번호이동 시장에서 2만7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반면 KT는 1만4000명의 가입자 순감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가입자를 1만명 뺏길 경우 단순 계산으로 월 4억원, 연간 40억~5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김만식 KT CR부문 상무는 "KT는 아이폰6 예약가입자가 많아 가입자 확보 경쟁을 주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지난 대란은 LG유플러스가 제로클럽 등의 프로그램으로 특정 단말기, 특정 요금제에 과도한 장려금을 유발해 촉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KT 법률 대리인으로 참석한 김지연 변호사는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즉각 대응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예상되는 손실이 상당해 결국 쫓아가게 됐다"며 "한 사업자의 위법한 경쟁 촉발이 시장 전체를 어지럽게 만드는 만큼 주도사업자와 다른 사업자 간 제재 수위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타 사업자들이 단순히 따라간 게 아니고 A사업자가 30만원으로 장려금을 올리면 B사가 40만원을 주고 C사는 50만원으로 올리는 식이었다"며 "시장 과열 규모를 키운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LGU+ "장려금, 판매망 확보에 썼을 뿐"..방통위 "시간대별 차이 해명해야"
LG유플러스는 방통위의 위법성 판단 근거를 일부 부인했다. 장려금이 불법 지원금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한 바가 없다는 것.
강학주 LG유플러스 정책협력담당(상무)은 "기업의 마케팅 경쟁은 이용자뿐만 아니라 유통망에 해당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통 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사업자의 상품을 권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들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장려금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판매망 확보를 위해 장려금을 올리는게 적절하다면 지난 대란 때 장려금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지 않았느냐"며 "규모가 커지다가 문제시 되니까 다시 내린 것은 부적절한 다른 용도를 염두에 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곽근훈 LG유플러스 영업정책담당은 "당시 장려금은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 싶을 때 매매활동 저조를 막기 위해 상향조정하는 일상적인 정책활동이었다"며 "다만 상황이 점점 과열되면서 경쟁사들이 유통망에 소란을 끼칠 수 있는 수준까지 장려금을 높였고,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에 신속한 개입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그동안 아이폰 때문에 타사로 이동했던 많은 고객들이 다시 LG유플러스로 돌아올 수도 있는 계기였는데 경쟁사들이 이에 대해 과민한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체회의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판매 장려금이 불법 지원금 재원으로 전혀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유통망 큰손 관리수단·정부참여 시장감시단 등 검토
한편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많게는 수십개의 판매점을 거느린 일명 '큰 손' 유통망에 대해서도 관리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
김재홍 상임위원과 이기주 상임위원은 "큰손 유통점들이 중소 영세업체들과 같은 선상에 제재받는 게 옳은지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대리점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적절한 법적 지위 부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통3사는 향후 아이폰6 대란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협회 및 정부의 참여 하에 시장 공동감시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KT 측의 주장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전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시장에 아이폰6 16GB 모델의 재고가 많아서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이통 3사의 과징금을 차등 부과할만한 사정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큰손 유통망 관리, 장려금 산정기준 재검토, 정부 참여 시장감시단 조직,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의 문제점 검토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내년 초 9명으로 구성된 단말기 지원금 전담과(가칭)를 신설한다. 경찰청 등 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및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