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日경제, 2분기째 逆성장..아베노믹스 한계 봉착

7~9월 GDP 0.5% 감소..증세 여파

입력 : 2014-12-08 오후 1:30:33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지난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 여파가 일본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리세션(경기 후퇴)에 진입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7~9월 GDP 전분기比 0.5% 위축..리세션 진입
 
8일 일본 내각부는 7~9월 GDP 확정치가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나온 잠정치 0.4% 감소에서 하향조정된 것으로, 전문가 예상치 0.1% 감소보다도 부진한 결과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지난 4~6월의 마이너스(-)1.8%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게 됐다. 한 국가의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면 공식적으로 리세션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연율로 환산한 GDP는 1.9%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잠정치 1.6% 감소와 예상치 0.5% 감소를 모두 하회하는 수준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전분기 대비 0.4% 위축돼 잠정치 0.2% 감소에서 하향 조정됐다. 0.8%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뒤엎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약 60%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0.4% 증가해 잠정치와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 밖에 주택 투자는 잠정치 6.7% 감소에서 6.8% 감소로 악화됐다. 공공 투자도 1.4% 늘어나 잠정치 2.2% 증가에서 후퇴했다.
 
사이토 타로 NLI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이날 결과는 일본 경제의 암울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GDP 성장률 변동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소비세 인상 여파 지속..아베노믹스 한계론 확산
 
일본 경제의 리세션을 이끄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소비세 인상이 꼽힌다.
 
막대한 빚더미에 오른 일본 정부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소비세를 5%에서 8%로 지난 4월 올려 잡았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4월 이후 첫 3개월 동안 일본 소매판매는 마이너스권을 유지했고, 가계지출도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아베 총리가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2차 소비세 인상(8→10%) 시기를 1년 6개월 연기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로 인해 경제 개혁을 둘러싼 불확실성만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증세 연기가 재정적자 감축 노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아베노믹스가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도 더 큰 힘이 실렸다. 이달 14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을 앞두고 일본 야당 측 역시 아베노믹스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없다며 실패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9월 GDP는 일본 경제가 리세션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며 "이는 아베노믹스 부정적 여파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경제의) 리세션 진입은 지난 2년 간 집권한 아베 총리의 경기 부양 정책이 일본 경제 기반을 강화시키는데 충분치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침없는 엔저 흐름, 日경제에 득될까?
 
그럼에도 선거 승리가 점쳐지는 아베 총리가 향후 1~2년 내 아베노믹스를 철회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그가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영향을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이 엔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을 잃은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엔화가 다시 약세로 전환하면서 (해외로 나간) 일본 제조업체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 70엔대를 기록했던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최근 120엔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도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121.84엔으로 7년 만에 최고치(엔화 가치 하락)를 달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 실효환율마저도 지난달 중순 70.88엔까지 미끄러져 42년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줬다. 실질 실효환율은 명목환율에 상대국의 교역 비중,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한 지표로 수치가 낮을 수록 통화 가치의 약세를 의미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수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며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일본 경제가 산업생산 호조에 힘입어 3.3%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개 분기 만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이토 연구원은 "일본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엔화가 일본 제조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이후 산업 전반으로 긍정적 영향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르셀 티엘리안트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일본 경제는 10~12월에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엔저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엔화의 날개 없는 추락으로 음식·에너지 수입 가격이 올라 소기업과 일본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신용조사기관 도쿄리서치에 따르면, 올 1~10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8309개 기업 가운데 엔저로 타격을 입은 기업은 238개에 달한다.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소기업과 일반 가계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며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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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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