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증권사들의 연말 조직개편이 줄을 잇고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전통적인 수입원인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과 수수료 수익이 매년 급감하고 있는 등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자산관리 부문에서 수익 창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인데, 증권사의 조직개편에도 이 점이 적극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산관리시장은 증권사의 다양한 사업 가운데 성장성이 큰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90조원이었던 증권사의 자산관리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388조원으로 연평균 9.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증권사가 자산관리부문에서 거두는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증권사들도 자산관리부문이 증권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자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각 사별 조직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자산관리부문을 전보다 강화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계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 9일 실시한 삼성증권의 조직개편은 고객중심경영 고도화가 핵심이다. 특히 맞춤형 자산관리와 컨설팅 기능을 강화했다. 기존 고객자산운용과 상품전략부문을 삼풍전략부문으로 통합하고, 고객지원부문과 마케팅팀, 고객관계관리 기능도 고객전략담당부문으로 합쳤다.
또한 삼성증권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투자전략센터를 신설해 고객 대상의 컨설팅 제공 역량도 개선할 계획이다. 온라인사업부는 스마트사업부로 변경하고, 지점 프라이빗뱅커(PB)외 영업 채널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 기획과 관리를 총괄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고객중심 경영의 실천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 체계와 채널 전략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SK증권도 조직의 실행력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역시 방점은 자산관리 부문의 강화다. SK증권은 WM사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WM추진본부를 신설하고, WM사업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문·센터를 폐지하고 지역본부제를 도입했다.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은 기업금융본부와 구조화 본부 체제로, 법인사업본부는 법인영업본부와 채권본부로 분리해 사내경쟁 구도를 구축했다. 운용전문성 강화를 위해 운용·상품조직을 재편했고, 전사 스텝의 경우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기존 경영지원실은 전략기획실, 기업문화실, BO(Business Operation)센터로 분리했다.
SK증권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생존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NH투자증권도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오는 31일자로 실행되는 이번 개편의 핵심 또한 자산관리 역량 강화다.
우선 WM사업부는 리테일(지점)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초대형 점포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광화문과 여의도에 종합금융센터를 신설했다. 또 개인고객의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상품총괄을 신설해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한다. 이에 금융 상품 판매와 관리 등에 한정됐던 자산관리 수준이 자문역할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기관과 법인 고객 대상 영업강화를 위해서는 기존 3개 사업부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영업조직을 인스티튜셔널 클라이언트(IC) 사업부로 통합했다. IB사업부는 NH농협증권이 강점이 있던 종합금융본부를 그대로 이식해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전사적으로 신규 비즈니스 확대를 대비해 결제, IT, 리스크관리 등 지원기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보험, 증권, 은행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자산관리 영역도 경쟁 속에 있다"며 "증권사의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데, 그때 그때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설계 하는 등의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