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막바지에 다다른 2014년 증시. 올해도 국내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과 유가 악재에 발목잡힌 코스피의 2000선 안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에도 악재는 시장을 짓누를 전망이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이 자리하면서다. 상장사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어 불확실성을 더한다. 반면 배당 증가 가능성과 중국 성장에 따른 수혜 등 호재도 공존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안개속에 가린 내년 증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요 업종별 전망을 심층 진단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내년 전기전자 업종은 상반기 상대적 강세, 하반기 상대적 약세가 예상된다. 스마트폰이 업종 성장을 주도하게 된 2010년 이후 반복되는 '상고하저' 패턴으로, 전문가들은 내년에 이런 모습이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시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지만 하반기부터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로 성과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내년 산업전망에서 단연 주목되는 건 반도체 업종이다. 고성장 대표주자로 꼽히는 반도체 업종, 그중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내년에는 물론 당분간 국내 산업을 이끌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스템 반도체 업황은 다르다. 지속되는 메모리 호황 속 상대적 박탈감마저 감지된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명암은 엇갈릴 전망이다.
◇전기전자, 제한적 성장.."삼성電 성장통 부정적 영향 불가피"
내년도 전기전자 업황은 제한적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대세적 모멘텀이 없다는 점은 향후 국내 전기전자 업종의 제한적 성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장 부품이나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이 새 성장을 이끌기엔 시기상조기 때문이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는 올해(12억2000억원) 전년비 23.2% 성장에서 내년(13조9000억원) 13.6%로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모바일 기기의 성장률 둔화로 차세대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의 마지막 수혜는 중저가, 로컬 스마트폰 업체의 몫이란 평가도 내놨다. 김혜용 연구원은 "스마트폰 수요는 보급률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 등의 신흥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선진시장 대비 단말기 보조금이 낮은 판매구조로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는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는 단기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중국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수요 기여도와 점유율은 각각 38.9%, 41.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내수 스마트폰 수요 위축으로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2010년 이후 국내 IT 산업을 이끌어 오던 동력이 소진돼 일시적인 모멘텀 공백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삼성전자(005930)의 성장통은 국내 IT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2008년부터 2010년까지가 우호적 환율을 기반으로 한 전기전자 업종의 대세적 모멘텀 점검 시기였다면 이른바 '스마트 모바일 혁명기'(2010~2014년)는 태블릿PC는 물론 터치스크린 패널, 모바일 반도체의 전성기였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소비자 지출은 재배분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특히 PC나 TV 등 전통 셋 분야의 공급망이 주목된다.
PC의 경우 지난 2분기 출하량 감소폭이 8분기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윈도우XP 지원 종료로 기업 교체에 따른 수요가 회복됐고 개인 태블릿PC 수요가 다시 노트북 수요로 전환 조짐이 감지되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UHD TV의 확산, 대형화 추세와 더불어 패널과 부품업체의 우호적 환경은 TV 시장의 실적 개선세를 짐작케 한다.
◇전기전자업종지수(자료제공=대신증권HTS)
◇메모리반도체, 고공행진 전망..시스템반도체는 여전히 '고전'
지난 2년간 호황기를 누려왔던 반도체 업종은 내년에도 실적 기대업종으로 꼽힌다.
HMC투자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안전지대'라는 평가를 내놨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3D 낸드플래시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15년 D램과 낸드 시장 매출액은 올해 대비 각각 14.4%, 4.3% 증가한 519억 달러, 32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005930)의 17라인, 중국 시안 공장 Phase2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장비 업종의 수주 모멘텀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이 우호적이란 진단도 나온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D램 산업은 안정적 성장 국면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폰 덴서티 증가와 서버 D램 판매 확대로 인해 전년 대비 25% 성장세가 예상되고 공급은 미세공정 전환과 삼성전자 17라인 증설 효과로 같은 기간 27%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내년도 D램 수급은 공급 증가가 집중되는 상반기 과잉국면에 들어섰다가 수요의 계절적 성수기를 맞는 하반기 다시 타이트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신영증권의 분석도 우호적이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은 공급조절에 의한 우호적 업황이 지속되겠고 낸드플래시 산업은 견조한 수요 증가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전망"이라고 했다.
특히 글로벌 D램 시장 과점효과가 지속될 것이란 평이다.
임 연구원은 "글로벌 D램 매출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462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보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시설투자액이 감소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전개돼 수급과 가격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는 "D램 수요는 과거와 같이 PC에 의해 견인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가 이끌고 있어 제품 판매 비중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내년에 글로벌 낸드플래시 매출액(328억 달러)이 전년보다 7.5%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견조한 수요 증가세를 짐작케하는 배경이다.
임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산업은 올해 상반기 공급 과잉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신기술 적용 제품의 증가와 애플 제품 채용량이 증가하면서 3분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2015년 낸드플래시 공급 초과율은 -0.1%를 기록,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중국으로부터 위협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근창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질 전망"이라며 "기존 업체 이와의 SMIC과 Rockchip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Intel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판매하는 ATOM CPU의 Foundry를 중국 업체에 할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내년에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