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공모기업들의 상장철회가 잇따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냉랭하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최근 흥행 대박을 터뜨린 대어급 공모주가 한꺼번에 몰린 가운데 적정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에만 이츠웰, 포시에스, 세화아이엠씨, 골든브릿지제2호, 에스케이제1호 등 총 5곳의 상장예정기업이 공모를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했다.
오는 18일과 19일 일반 청약을 거쳐 30일 상장 예정이었던 세화아이엠씨는 지난 15일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골든브릿지제2호스팩과 에스케이제1호스팩 역시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최근 공모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남은 일정을 취소한다며 금융감독원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오는 26일 상장을 목표로 세웠던 이츠웰 역시 코스닥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과 전방산업에 대한 투심 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들의 이같은 상장철회 배경에는 무엇보다 연말에 집중적으로 쏠린 기업들의 청약 경쟁이 원인이 됐다. 이달 11일 마감된 제일모직의 공모청약 후 환불자금을 노리고 12개의 기업이 같은 날인 15일과 16일 청약 일정을 한꺼번에 잡았다.
제일모직의 청약에는 30조원 규모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다. 역대 IPO 사상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다. 이같은 자금 편중 심화 현상 속에 나머지 중소형 기업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며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하회하는 가격을 산정받는 상황이 됐다는 것.
이츠웰의 주관회사 키움증권 관계자는 "연말 IPO 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내재가치 대비 적정수준의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상장 연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스몰캡팀장은 "최근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제일모직 등 대어급 기업에 자금이 쏠리면서 하반기 한꺼번에 몰린 종목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이 드롭(철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증시 침체 속에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고꾸라지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공모주 투심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데브시스터즈(194480)의 경우 상장 첫날 최고가 7만7000원까지 올랐지만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상장 두달만에 반토막이 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12월 수요예측 일정은 마무리된 상태기 때문에 당분간은 잠복시기를 거치겠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후 상장철회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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