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땅콩 회항’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처한 대한항공 불똥이 이번에는 정치권으로 번질 태세다. 특히 제1 야당의 수장이 불법 취업 알선에 연루된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여당은 물론, 당내 비노 진영으로부터도 거센 공세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된다.
사건의 발단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처남이 최근 문 위원장과 자신의 누나이자 문 위원장의 부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12억227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이성구 부장)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문 위원장이 처남 김씨의 취업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부탁하고, 조 회장이 이를 알선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문희상은 2004년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김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의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김씨가 그 무렵부터 2012년쯤까지 이 회사의 컨설턴트로서 미화 74만7000달러를 지급받았다"며 특히 "김씨는 다른 곳에 거주하는 등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8년여간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돈으로 1억여원의 연봉을 챙긴 것이다. 이는 당시 여당 실세였던 문 위원장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 문희상이 마땅한 수입원이 없던 김씨에게 직업을 알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브릿지 웨어하우스는 컨테이너를 수리하는 외국계 소규모 업체로, 주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한진로드 301'로 확인됐다. 한진해운 국제터미널(TTI)과 주소가 같다. TTI는 지난 1992년 한진해운이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설립한 컨테이너 항구 회사이다.
김씨가 자신의 매형을 움직여 브릿지 웨어하우스에 취업한 2004년 당시 문 위원장은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여당의 실세로 군림했다. 1945년생인 문 위원장과 1949년생 조 회장은 서울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 같은 사실이 재판부 판결문을 통해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술렁임도 커지고 있다. 당장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를 적극 대야 공세에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문 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내년 전당대회 판세도 안갯속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친노 진영이 문 위원장으로 인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되면서 문재인 의원의 출마도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5선인 문 위원장은 좌초된 박영선호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당내 주류인 친노 진영의 전폭적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