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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중반으로 폭락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제품과 원료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프레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요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유가 하락으로 좀 더 싼 가격에 원재료를 구매하려는 대기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1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톤당 513달러로 전주 대비 12.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월 평균 가격(톤당 950달러) 대비 무려 46%나 떨어진 수치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 9월 중순까지 톤당 800달러를 유지해오다가 10월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원재료인 석유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나프타에서 추출하는 에틸렌과 이를 이용해 만드는 석유화학 제품도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톤당 1051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7% 빠졌고, 범용 플라스틱의 소재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각각 3.7%, 5.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서 원재료 부문은 인하폭이 큰 반면 중간재와 제품은 주춤한 모양새다.
이 같은 온도차는 수익성의 지표인 스프레드(제품에서 원료가를 뺀 가격)에서 착시 현상을 낳고 있다. 제품보다 원료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일부 범용제품은 스프레드가 개선되거나 제자리를 지키는 이례적인 상황마저 연출되고 있다.
실제 LDPE와 나프타의 스프레드는 톤당 763달러(지난 5일)에서 788달러로 3.2% 증가했고, 폴리프로필렌(PP)은 전주와 동일한 톤당 683달러를 기록했다. HDPE 스프레드 역시 전주 대비 0.6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유가 급락에 따른 원재료비 부담 축소를 마냥 반길 만한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프레드 확대가 제품 수요와 무관하게 이뤄진 터라 업체들이 기대할 실익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4분기 각 업체마다 재고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통상 60~90일 전에 구입한 나프타를 투입하는데, 현재 가격은 9월 중순(톤당 860달러대) 대비 무려 40%나 빠졌다.
대기수요 증가에 따른 수요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상 석화 업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전방 업체들은 원료가격이 떨어지는 양상을 띄게 되면 공급받던 물량을 줄인다. 원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구매를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고객사는 기존 재고로 버티면서 더 싼 원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면서 "국제유가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같은 수요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