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메시지 '열정과 자신감을 몸으로 말하라'

입력 : 2014-12-17 오후 6:35:3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축구 선수라면 운동장에서 열정과 자신감을 말하라'는 것이다.
 
대표팀은 지난 15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제주 전지훈련은 내년 1월 아시안컵과 더불어 내년 7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대비하는 시간이다.
 
이번 훈련에는 K리그 소속 선수를 중심으로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만 소집됐다.
 
이 가운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격수 자리 후보에 뽑힌 강수일(포항스틸러스), 이정협(상주상무), 이종호(전남드래곤즈)를 포함해 14명의 선수는 처음으로 A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차두리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News1
 
"한두 번 보고 선발한 선수들이 아니다"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녹아있듯 그는 출전 시간이 일정한 선수 중 자신이 운동장에서 직접 살펴본 선수를 선발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동시에 이들의 경쟁심까지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컨디션이 정상이고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에게는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다"면서 "열정과 의욕이 있는 선수라면 경험과 나이에 관계없이 발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디에서 뛰든 꾸준한 출전 시간과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갖춘 선수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뽑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제주 전지훈련 마지막 날에 자체 연습경기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위해 전지훈련 명단을 28명으로 꾸렸다. 골키퍼도 현재 훈련 명단에 있는 김승규(울산현대),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정성룡(수원삼성), 이범영(부산아이파크) 등 4명으로 짝수를 맞췄다.
 
자신이 직접 가능성 있는 골키퍼로 언급한 권순태(전북현대)는 이 연습경기 수를 맞추기 위해 일단은 제외했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수준의 선수라면 실력 이상으로 열정과 이를 드러내는 자신감이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와 분석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 문턱에서 좌절하던 시기부터 종종 나왔다.
 
열정과 자신감을 강조한 축구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강팀들과의 평가전을 고집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꼽힌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 프랑스 등 강팀과 평가전을 하며 선수들에게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한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지난 1월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지에 실린 '스포츠 자신감 개념 구조 탐색' 논문을 살펴보면 축구는 자신감, 불안, 정신적 준비, 각성조절, 도전의식 등 5가지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분류됐다.
 
특히 논문은 종목별로 이들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얼마나 중요도를 가지느냐를 따져봤더니 18개 종목 중 양궁, 사격, 탁구에 이어 축구가 4위에 올랐다.
 
그 뒤로는 태권도(5위), 육상 단거리(6위), 수영(7위), 필드하키(8위) 등 주로 개인과 개인이 맞서 승부를 가르는 종목들이 순위를 차지했다. 축구와 비슷한 단체 구기 종목 중에서는 농구(17위)가 축구를 제외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한 축구 관계자는 "운동장에서 나타나는 선수 개인의 경기력은 날씨나 분위기, 환경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다"면서 "지난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에서 골을 먹은 이후 급격하게 무너진 게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강수일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내가 이번에 뽑힌 다른 공격수들보다 부족하지만 경기장에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집중하고 몰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배고픔"과 "자신감"에 맞아떨어지는 답을 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한 요건은 언뜻 한국 축구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 축구팬들이 외국인 감독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점차 나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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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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