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009540) 사측이 노조에 2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임단협 연내 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지난달 26일 권오갑 사장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한발 크게 물러섰다는 평가다.
노사 양측은 지난 7개월 동안 교섭을 진행했지만 쟁점인 임금인상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보였다. 파업 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있어 양측 모두 연내 타결을 바라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사측이 기존 고수했던 입장에서 크게 물러나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열린 68차 교섭에서 2차 수정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을 포함해 ▲격려금 현행 통상임금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지급(금액을 당일종가의 70%)+200만원 ▲성과급 지급표 기준 의거 지급 ▲직무환경 수당 1만원 추가 등이다.
1차 수정안과 비교해 명시된 기본급은 동일하지만 직무환경 수당 1만원이 추가돼 사실상 기본급이 4만7000원으로 인상된 효과를 볼 수 있다.
격려금도 기존 100%+300만원에서 150%+200만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주식 매입 가격 할인폭이 10%에서 30%로 높아져,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조합원 1명당 평균 60만원 가량을 더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 비해 좋은 조건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 기존에 제시한 1차 수정안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임단협 합의를 이뤄냈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또 다시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타결 의지를 높이고 있어 노조 측에서도 파업을 멈출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회사가 올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어서 노조의 파업 명분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측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노조 측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2일 사측과 교섭이 종료된 후 집행위원 간 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노사 양측이 연내 타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올해 남은 교섭일이 5일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권오갑 사장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만나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 한 점도 연내 극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특히 23일 열리는 69차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가 24일 군산공장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30일 울산공장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할 계획이어서 23일 교섭 결과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