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3차 파업 돌입..높아진 피로도

입력 : 2014-12-17 오후 2:52:5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3차 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두 차례 각각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이번에는 7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렸다. 노사 합의가 계속 지연되자 전면파업 수준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노사 양측이 임금 인상안을 놓고 각각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일각에서는 올해를 넘어 내년 주주총회까지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길 잃은 임단협의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날 파업에는 특수선 사업부(방산물자 생산 조합원) 등을 제외하고 울산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2000여명(사측 추산)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지난 4일 2차 부분파업 2500여명에 비해서는 500여명 줄어들었다.
 
노조는 이날 오전 8시에 정상출근한 뒤 1시간만 근무하고 파업에 돌입했으며, 200여명의 간부와 조합원은 상경해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파업집회를 벌였다.
 
앞서 노사는 지난 16일 66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달 5일 49차 교섭 자리에서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 등의 수정안을 노조에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부한 이후 별다른 제시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반면 노조는 임단협 초기부터 꾸준히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α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대부분의 단체협약 사항에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핵심쟁점인 임금인상 부분에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올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신규수주 부진 등 경영상황이 악화돼 수정안 이상의 추가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권오갑 사장은 지난달 26일 “회사는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며 “파업이 벌어지면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 우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당초 요구한 대로 임금인상을 쟁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쪽의 양보 없이는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은 사측과 노조 모두에게 가중되고 있다. 노조가 전면파업을 실시할 경우 사측은 하루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선박 인도 기일이 늦춰져 주문을 넣은 선사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세계 1위 조선소’라는 명성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는 노조 측도 마찬가지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들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해 현대중공업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장기화에 대한 불안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두 회사 모두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임금인상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올해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는 노조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과 12일 각각 임단협 합의를 이룬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합의안을 보면 임금인상 부분은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통상임금 100%+300만원 지급 등으로 동일하다.
 
지난달 5일 현대중공업이 노조에 제시한 임금인상안도 이와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앞서 합의를 이룬 회사들은 무분규 타결기념으로 20만원 상품권 지급과 유급휴가가 추가됐다.
 
게다가 회사가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명분 면에서도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이를 지켜보는 여론도 싸늘하다.
 
이 같은 부담은 파업 참가 인원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1차 부분파업에는 3000여명(사측 추산)이 참석했지만 이달 4일 2차 부분파업에는 2500여명으로 줄었다. 이날 3차 파업에는 다시 2000여명으로 줄었다.
 
노조 측에서는 1차 파업 때 6000여명, 2차 때 7000여명, 3차 때 55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참가하는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측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사측에서는 파업에 따른 생산공정 차질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사측의 기세만 올려준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임단협 합의를 이끌어 낸 점과 올해 남은 협상기간이 2주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다음주까지는 노사 합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지만, 역으로 올해를 넘긴다면 내년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 노조의 부분파업 모습(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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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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