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주택공급물량을 시장상황과 수요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첫 국토교통부 수장인 서승환 장관이 자신의 첫 부동산대책에서 공언했던 이같은 약속이 2년 만에 공수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소폭 감소세를 보였던 주택 인허가물량이 수도권 부동산시장 호조로 예년 수준으로 돌아섰다. 수급조절 불안감이 재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 1~11월 전국 공동주택 인허가실적은 44만5984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5.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만 8만4145가구가 인허가된 점을 감안하며 올해 인허가실적은 5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3~2012년 평균 실적인 48만1000가구보다 많은 물량이 올해 인허가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5년간 주택인허가 실적(자료=온나라부동산정보)
2012년 58만6884가구였던 인허가실적은 지난해 44만116가구로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50만가구 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후 호황기를 보내온 지방보다 최근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탄 수도권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지방은 올해 24만50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3093가구에 비해 20.7% 늘었지만, 수도권은 15만2878가구에서 20만944가구로 31.4% 증가했다.
특히 11월의 경우 수도권은 2만6349건이 인허가돼 지난해 같은 달 1만4295가구보다 84.3%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은 2만5962가구에서 2만2832가구로 12.1% 감소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 중 하나로 수요보다 많은 공급에 있다고 진단, 지난해 4.1부동산대책 이후 지속적으로 공급 축소를 강조해 왔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는 등 국토부는 공공물량 인허가를 줄였다, 하지만 분양시장 호황을 틈타 민간 공급이 늘며 공급 축소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올 1~10월 공공의 인허가실적은 1만613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743가구 대비 22.2% 감소했지만, 민간은 지난해 29만4971가구 보다 29.0% 늘어난 38만666가구를 인허가 받았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공공물량은 소관부처인 국토부에서 조절할 수 있겠지만 민간 공급 감축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며 "침체기를 보내던 수도권에 최근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며 위축됐던 민간 공급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은 2006년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며 공급을 서두르는 민간공급자가 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3년 23만4510명에 불과했던 1순위 청약자는 올해 101만8861명으로 급증했다. 2009년 16만5641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주택은 10월 말 기준 4만92가구로 줄었다.
인허가실적이 증가하며 향후 주택 매매시장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인허가물량이 실제 입주아파트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과잉공급이 다시 문제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찬 유플러스리얼티 대표는 "부동산시장에는 '공급 앞에 장사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수요 이상의 공급이 되면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임대차시장에는 공급 증가가 희소식이 될 수 있겠지만 매매시장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