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로세티 이사 "넥센과 서울시,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입력 : 2014-12-28 오전 10:00:00
◇정성훈 로세티(Rossetti) 이사. (사진제공=정성훈)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협상이라는 것은 양자 간에 할 수 있는 계약 과정 일환이에요. 그런데 중간 과정을 보면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한 논의가 빠진 협상이 이뤄지더군요."
 
최근 서울시와 넥센히어로즈가 진행하고 있는 서남권 야구장(고척돔) 사용에 대한 논의는 점점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시는 고척돔의 광고권과 운영권을 시가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넥센은 자신들이 행사할 수가 없을 경우라면 고척돔을 임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양측 모두 상대에게 밀려나지 않을 태세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넥센은 구단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고 시는 넥센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잠실에서도 같은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 중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스포츠 건축설계 전문기업인 로세티(ROSSETTI)에서 한국 출신으로 처음 임원에 선임된 정성훈(44) 이사는 작금의 협상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운영권과 광고권에 대한 논의도 좋지만 정말로 필요한 논의는 빠진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8일 열린 '한·미 축구산업 포럼'에서의 연사 참석 및 기타 업무로 석달만에 한국을 찾은 정 이사와 최근 관련 내용에 대해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넥센, 정말로 서울시 재산을 맡을만한 능력이 있나?"
 
정 이사는 성과를 여럿 이뤄낸 미국 스포츠 건축설계의 세계적 전문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홈야구장인 '코메리카 파크'는 물론 과거 추신수가 뛰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리노베이션에 참여했다. 
 
한국에 이해관계도 적고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은 이답게 정 이사는 솔직했다. 서울시의 고척돔 긴급 컨설팅을 맡긴 했지만 서울시를 편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넥센을 옹호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최근 고척돔 계약 진행에 대해서 양측 모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선 일부 야구계와 넥센 팬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겨냥했다. 정 이사는 "넥센이 운영권과 광고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넥센이 아무 기준없이 우선 협상자가 될까. 넥센이 일부 비용을 투자했다면 모를까 굳이 넥센과 협상을 하고 마지못해 계약을 마무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넥센은 자신들이 운영권과 광고권 등을 무료 혹은 헐값에 가져와야한다 말하며 연고 이전 가능성의 카드로 시를 압박 중이다. 시는 넥센의 주장을 수용 못한다고 하면서도 협상을 넥센과만 진행한다. 정 이사는 이 상황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고척돔의 넥센 직영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넥센이 시의 거대한 재산을 맡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고척돔의 운영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지, 고척돔의 운영을 통해 발생할 수익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며 이같은 수익은 시에 어떻게 분배할지 반공개 프리젠테이션은 해봐야 한다. 고척돔은 야구장이지만 동시에 복합문화공간 시설로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시에는 입찰주체의 입찰가 뿐만 아니라 어떤 효과로 인센티브를 만들어내고 고척돔 주변 지역사회에 어찌 기여할지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척돔의 현안에 대한 정 이사 시선은 냉철했다. 그는 넥센이 직원도 적은 수이고 큰 시설을 맡은 경험도 없다며 혹시 '넥센이 어찌 한국의 첫 돔구장 운영 일체를 맡을 건가'에 대한 청사진이 발표된 게 있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또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자신들이 스스로 말하는 상황에 어떻게 어려운지 구체적인 말을 꺼내지 않는 상황이라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약 시가 넥센에게 고척돔 운영을 맡길 것이면 그 능력에 대한 분석을 마쳐야하고 구장 광고권을 주면 얼마나 수익을 일으킬 것인지 최소 보장액을 미리 받아야만 한다고 정 이사는 말했다.
 
◇강연 중인 정성훈 로세티(Rosseti) 이사. (사진=이준혁 기자)
 
◇"서울시, 고척돔을 공연장으로만 쓰거나 헐값에 내주면 안된다"
 
정 이사는 고척돔이 본래 목적인 야구장이 아닌 공연장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프로야구는 시즌 기간에는 거의 매일 진행하는 반면 오프시즌도 길다. 프로야구 오프시즌엔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고, 시와 홈팀 그리고 KBO가 협의해 열흘 이상 야구단이 비는 일정을 만들어도 된다"면서도 "하지만 고척돔에서 야구를 진행할 팀이 없어 무작정 공연장 목적으로만 쓴다면 그것도 문제다. 시가 건축물의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이고 쓸모없는 흉물을 건설한 것이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시의 직무유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척돔은 거금을 들인 시설로 본래 목적은 야구장이다. 야구장으로 널리 사용되도록 시가 적극적으로 구장 마스터플랜 수립을 해야 한다"며 "헐값에 임대해도 직무유기긴 하지만 야구장으로 사용하지 못해도 역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시의 전향적인 유연한 입장을 기대했다. 정 이사는 "넥센이 됐건 또는 다른 구단이 됐건 헐값 구장 계약을 하란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프로야구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며 생기는 광고효과가 있다. 이런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광고 관련 수입은 고척돔을 쓰는 야구단에게도 일정 부분만큼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광고 수입에 대한 시와 구단의 기여 비율에 대한 산정은 객관적이어야한다. 다른 구장과 달리 값비싼 그 돔구장(고척돔)은 서울시 예산으로만 지었다. 대구·광주 등과 달리 야구단 기여 부분이 없다. 시의 몫도, 구단의 몫도 인정하면서 서로 수긍할만한 비율 산정을 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정 이사는 관련 계약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로야구장 광고 효과는 팀의 성적과 경기 성격에 따라 다르다"며 "여러가지 스토리가 있는 라이벌 매치라면 시청률도 높을 것이다. 그리고 홈팀의 최근 성적이 일정기간 좋다면 주목도가 높을 것이고 홈팀이 꼴찌면 관중도 TV의 시청자도 급격하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 구단의 성적과 연고지 또한 당연히 광고에 영향을 준다. 광고주와의 광고 계약도 그렇게 맺어야 하고 시와 고척돔 사용 구단 사이의 계약도 그래야 한다. 다른 구장과 달리 고척돔이 새로운 형태의 야구장인 만큼 그러한 형태 계약을 시도할만한 가치도 적지 않다"고 조언햇다.
 
정 이사는 '광고권'이란 단어 대신 '스폰서십'의 용어를 썼다. 그는 "시와 구단이 고척돔을 통해 광고로만 수입을 올릴 생각을 하거나 수입 절대 다수가 광고면 매우 소극적 자세"라면서 "메이저리그 야구단이 수입을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광고와 입장권 판매 그리고 중계권 등이 전부가 아니다. 공간 한곳 한곳, 마케팅 하나 하나에서 돈을 만들곤 한다. 지금의 논의가 진흙탕이 아니라 생산적인 논의가 되려면 '광고권'을 너머서 '스폰서십' 차원에서 얘기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성훈 로세티(Rossetti) 이사가 고척돔의 접근성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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