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재계 1위 삼성이 내년 그룹사 전체 임원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연말 성과급까지 대폭 삭감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기업들의 임원들은 가시방석이다. 모두들 실적이 안 좋은 터라 성과급은 이미 포기했다.
삼성은 지난 24일 지급한 생산성 목표 인센티브(TAI)를 그룹 임원에 한해 대폭 삭감했다.
TAI는 연초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따른 성과급으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 지급된다.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 임원들은 이를 50%까지 줄여 지급받았다. 특히 매년 TAI 100%를 지급받았던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구 비서실) 임원들의 TAI는 전원 50%로 쪼그라들었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최고 수준인 100%를 받았던 무선사업부(IM)는 이번에 30% 수준의 가장 낮은 TAI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실적 부진이 그대로 반영됐다. 엄격한 신상필벌이다.
매년 연간 실적에 따라 다음해 1월에 지급하는 성과인센티브(OPI)도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은 연간 실적에 따라 초과이익의 20%를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있다.
개인별로 최대 연봉의 50%까지 받을 수 있지만, 임원들의 경우 경영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유로 연봉 동결과 함께 인센티브 역시 반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은 2000여명에 달하는 임원들의 2015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TAI 삭감에 이어 OPI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임원들에게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움직임은 다른 그룹사로 그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된다. 조직 개편에서부터 임금 동결까지, 1등 삼성이 하는 행동은 롤모델인양 확산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삼성은 임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2009년에는 일부 임원들이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했다. 이어 LG그룹이 전 계열사 임원 급여를 10~15% 삭감했고, SK그룹 역시 임원들의 임금을 동결했으며, 한화그룹도 임원급여 10% 삭감 및 성과급 전액 자진반납 등 강수로 보조를 맞췄다.
이번에도 재계는 삼성의 흐름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올해는 전 그룹사들의 실적이 너나 할 것 없이 최악의 상황이다. '위기'라는 단어를 달고 사는 삼성이지만 실적으로 삼성을 이길 기업은 국내엔 아직 없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 3분기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급감한 4조600억원에 그쳤다. 삼성의 입장에선 '최악'이지만, 단순수치상으로는 다른 기업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익이다.
사실상 올해 SK그룹을 먹여살린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1조3000억원을 겨우 넘길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실적으로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그 3배가 넘는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한 대기업 그룹 임원은 "삼성은 항상 위기라고 한다"며 "삼성의 기준에 맞추면 억울할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