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12일부터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부처별 중점 정책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한 가운데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업무보고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준비, 국가혁신, 국민행복 등 4개 주제별로 부처 합동보고를 실시한다.
과거처럼 부처별 보고가 아닌 주제별 과제를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해 국정과제의 실효성을 얻으려는 것. 이에 산업부는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과 경제혁신 계획 부분을 맡았다.
◇2014년 2월2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기도 시흥시 시화복합비즈니스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신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 프로젝트 대신 국정과제 내실화에 주력
지난해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가장 강조한 단어는 '신산업'이었다.
산업부는 산업계를 혁신하고 창조경제를 구현할 핵심과제로 웨어러블 스마트디바이스와 탄소소재 등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에너지와 신기술·정보통신기술 등을 융합해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전력수요 관리 등에 대응하는 에너지신산업도 내놨다.
하지만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13대 산업엔진이나 에너지신산업처럼 산업진흥 프로젝트가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 벌여놓은 일이라도 잘해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여론과 분위기가 우세한 탓이다.
실제로 윤상직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조업 혁신3.0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13대 산업엔진 등 미래성장동력 창출에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10년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겠다"고 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이관섭 산업부 제1차관은 "올해 업무보고에는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처럼 별도의 프로젝트가 없을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정부 임기가 3년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지금까지 만든 것 잘하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내실있는 미래성장동력 창출과 구체적 성과 달성을 위해 산업부는 올해 예산에서 이 분야에 대한 자금 투입도 늘렸다. 연구개발 자금은 지난해보다 무려 1000억원 이상 오른 3조3579억원을 확보했고, 산업단지 혁신에 1162억원(2014년 1021억원)을 배정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FTA 활용도 높여
올해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신산업' 대신 가장 중요하게 언급될 단어는 '자유무역협정'일 가능성이 크다. '대외개방형 통상정책' 추진은 산업부의 핵심 국정과제지만, 지난해에는 FTA 타결에 집중한 것과 달리 올해는 FTA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올해까지 우리나라가 발효한 FTA는 11건이며, 타결한 FTA는 5건. 타결만 된 FTA가 올해 중으로 발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FTA는 16건으로 늘어난다.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전 발효된 FTA가 8건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3년간 두배나 많아진 셈.
이에 산업부는 올해 6월까지 민-관 FTA 태스크포스팀(TF팀)을 구성해 한-중·한-베트남·한-뉴질랜드 FTA 산업별 전략과 국내 보완책 등을 담은 FTA 종합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서는 건설과 유통, 법률, 문화콘텐츠 등 그간 소홀했던 서비스시장 개척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미국·중국·영연방 3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모두 FTA를 맺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동안 간만 봤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경제통합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FTA 활용도를 높이는 가운데 경제살리기의 장기적 목표인 '수출과 투자, 내수의 선순환 구조 정착'이라는 과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를 보면, 정부는 지난해 25조5000억원이었던 수출금융을 올해는 26조5000억원까지 늘렸고 수출 초보기업과 기술력 우수기업, 대기업과의 동반진출 기업에는 금리를 최대 0.5%포인트까지 낮추기로 했다.
◇2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공부문 개혁·규제완화로 경제체질 개선
공공기관 경영정상화와 규제완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진행될 정책이다.
산업부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공기업의 방만경영 해소와 경영혁신을 2017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 과보호론으로 불을 댕긴 노동시장 개혁이 정상화 과제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지난해까지 확정하기로 했던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수립과 노후원전 재가동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함에 따라 올해 업무보고에는 이에 대한 방안도 담기게 됐다.
특히 지난 연말 한수원 원전 해킹사건으로 사이버테러 공포를 불렀던 아픈 기억은 국가정보 보안체계 강화라는 숙제도 남겼으며, 한수원 가스질식 사고로 공사가 지연된 신고리 원전3·4호기 등을 이른 시일 안에 지어 전력수급에 안정을 기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경제 골든타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성장동력이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며 기업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규제완화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