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방산업체에 과다 보상..방위사업 경쟁력 저하"

정부수요만 안주..기술개발·경쟁력 확보 노력 없어

입력 : 2015-01-06 오후 5:17:3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부의 무분별한 방위산업체 지정과 방산업체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감사원(원장 황찬현)이 지적했다.
 
정부의 방산업체 관리는 업체가 기술개발을 통해 제조원가를 줄일수록 업체의 이익이 감소하는 황당한 구조였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방위사업청·각 군 본부 등을 상대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6일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973년 방위사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방산업체 지정 제도는 방산업체로 지정된 업체에게 방산물자의 독점 납품권을 보장하고, 방산원가를 적용하는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80년 말 75개였던 방산업체 수는 2005년 87개로 증가한 후, 지난해 4월 기준으로는 97개 업체로 늘었다. 방산물자는 1317개였다.
 
감사원은 방산업체 지정제에 대해 "단 시일 내에 현 수준의 방산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오늘날에는 업체들이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보다는 정부 수요에만 안주해 경쟁력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산업체 생산시설 없어 하도급·외주 생산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정부는 전·평시에 안정적으로 무기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방산물자 지정제의 목적을 도외시한 채, 방산물자의 핵심부품 국산화율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아,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
 
심지어 방산업체의 시설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방산업체가 생산시설도 없이 물자를 하도급을 주거나 외주 생산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결과적으로 전평시에 안정적인 방산물자의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용 변속기 부품인 정유압조향장치의 경우, 지난 2011년 개당 가격이 2만 달러에서 지난해 9만 달러로 폭등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황찬현 감사원장 ⓒNews1
 
정부는 정비용역의 경우 방산물자 지정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적근거 없이 방산물자로 지정한 사례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기술발전으로 경쟁 가능 품목이 된 경우에는 방산물자 지정을 취소해야 함에도 이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일례로 군용표준차량의 이미 다수의 업체에서 생산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특정회사만을 방산업체로 지정해둔 상태다.
 
감사원은 "1317개의 방산물자 중 현재 경쟁이 가능한 품목이 237개지만, 지정 취소는 최근 7년간 13건에 불과했다"며 "이로 인해 정부가 최근 5년간 3818억 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차량용 축전지 납품 두고는 국방부·육군 간 엇박자
 
이번 감사에서는 정부 기관 간 엇박자도 지적됐다.
 
국방부는 지난 2009년 공급업체간 경쟁 촉진을 통한 기술·품질 향상, 예산절감을 목표로 우수 상용품을 군수품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국방규격품인 차량용 축전지(PT)와 함께 상용품인 AGM축전지와 MF축전지를 병행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육군 군수사령부는 이를 무시하고 성능과 사용수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PT축전지만을 사용해왔다. 감사원이 이들 축전지들에 대해 성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는 상용품들이 군수품에 비해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방산업체들의 투자비를 과다하게 보상해주는 점도 지적됐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업체의 설비투자 유도를 위해 설비투자금액을 원가에 반영해 보상하고 있다.
 
방사청은 당초 1997년 시장이익률 13.39%를 고려해 보상율을 12%로 운영했다. 그러나 2013년 시장이익률이 3.19%까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율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감사원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시장이익률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방산업체들에게 2175억 원이 과다하게 보상됐다고 지적하고 방사청장에게 이를 개정하도록 통보했다.
 
◇'경영능력 보상'제도 '대기업' 방산업체만 특혜
 
이번 감사에선 경영노력에 대한 보상기준의 불합리함도 지적됐다. 정부는 현재 국방품질경영시스템과 생산성 경영 인증,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구축하는 업체에 최대 3%의 이윤을 인정해주고 있다.
 
감사원은 그러나 ERP 구축에 최소 130억 원이 드는 점을 지적하며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업체에 효과적인 유인책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소 방산업체 68개 중 43개는 경영노력 보상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감사결과를 확정하고 주의 11건, 통보 21건, 시정 1건 등 총 33건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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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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