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 영화계의 최근 풍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충어린 표현이다. 여성 캐릭터는 적고 주로 남성 캐릭터들이 즐비한 내용의 시나리오가 각 제작사와 배급사의 주력 작품으로 개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스크린 전쟁으로 불렸던 시기의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에서 주조연급으로 이름을 건 여배우는 윤지혜, 이정현, 손예진, 설리, 한예리 총 5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럼에도 빛나는 여우(女優)도 있다. '전지현, 전도연, 김민희, 한효주'가 그들이다. 올해도 대다수의 영화가 남성 위주인 가운데 뚜렷한 존재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여배우들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이미지 변신에 도전하며 올해 극장가를 달굴 핵심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전지현 (사진제공=SBS)
◇전지현 - '별그대'의 성공 '암살'로 이을까
2014년 가장 뜨거웠던 여배우는 전지현이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가 됐다. 지난 12월 31일 열린 2014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여배우로 거듭난 상태다.
그런 그의 2015년 선택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다. 지난 2012년 1200만 관객을 모은 <도둑들>을 연출한 최 감독을 비롯해 그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드는 작품이다. 무려 2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된 영화로 올 여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한 블록버스터로 전지현을 비롯해 하정우와 이정재 등이 출연한다. 전지현은 암살단의 리더 양옥윤을 맡아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양옥윤은 '원샷원킬' 스나이퍼로 전지현이 이제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카리스마가 강력한 인물이다.
이미지 변신에 도전하는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암살>로도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은다.
◇전도연 (사진제공=사나이픽쳐스)
◇전도연 - 장르불문 '한계는 없다'
전도연은 올해 3편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장르도 다양하다. 사극과 액션, 멜로다. 적극적인 연기 도전이자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의 발현이다.
먼저 개봉하는 <무뢰한>은 살인 누명을 쓴 여자와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절망과 퇴폐의 이미지와 함께 강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야만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전도연이 아니면 소화할 여배우가 보이지 않았다는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촬영한 <협녀:칼의 기억>은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 이은 전도연의 두 번째 사극이자 국내에서도 자주 볼 수없었던 무협액션 장르다. 액션을 자주 해오지 않았던 전도연이 칼을 잡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이병헌이 사건 사고에 휘말려 영화 개봉이 연장된 상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내에는 개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하나의 작품은 <남과 여>다. 지난 2008년 개봉한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하정우가 아닌 공유와 함께 금지된 사랑을 표현한다. 지난해 1월 개봉한 <남자가 사랑할 때> 이후 오랜만의 정통 멜로라는 점에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김민희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민희 - 파격행보
최근 3~4년 사이 여배우로서 가장 큰 성장을 보인 김민희는 올해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걷는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홍 감독의 신작은 오는 1월 중순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제목이나 내용은 알려져있지 않은 상태다. 그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에 출연을 해왔던 김민희가 저예산 영화만 고집하는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높다.
홍 감독 영화의 캐릭터 대다수가 남녀를 불문하고 지질한 점을 미뤄봤을 때, 김민희가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도 얼굴을 내비친다. 욕망 속에서 피어나는 두 여자의 사랑을 그린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이중성이 짙은 아가씨를 통해 요동치는 감정과 과감한 노출 연기를 소화할 전망이다.
그간 <화차>, <연애의 온도>, <우는 남자>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입지를 높인 김민희가 해외 영화제에서도 주목받는 두 감독의 영화를 통해 월드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효주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한효주 - '멜로퀸'을 노린다
지난해 이렇다할 개봉작이 없었던 한효주는 올해 3편의 영화로 스크린을 달군다. 세 편 모두 장르가 멜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간 청초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보여왔던 한효주가 이번 세 작품을 통해 '멜로퀸'의 입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먼저 2월 개봉하는 <쎄시봉>은 1960년대 후반 서울 무교동 소재의 라이브 공연장 '쎄시봉'을 배경으로 만든 풋풋한 첫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한효주는 가상의 인물 민자영을 통해 수지에 이은 '국민 첫 사랑'의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어 개봉하는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20인 1역)를 사랑하는 캐릭터다. 올해 가장 독특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그 다음은 <해어화>다. 조선시대 절세가인 기생의 좌절과 슬픔, 연민을 그린 작품이다. 올 봄께 크랭크인해 연말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한효주는 극중 총명함과 아름다움을 갖춘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