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현대重 임단협 다시 '깜깜'

입력 : 2015-01-09 오후 3:04:5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끝내 부결되면서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2014년 마지막 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투표에 부쳤지만 조합원들 설득에는 실패했다. 이에 한 발 물러서 수정안을 제시한 사측도, 이를 받아들인 노조 측도 모두 난감하게 됐다.
 
더구나 임단협 교섭으로 미뤄진 노조 대의원선거가 이달 중 예정돼 있어 본격적인 재교섭은 내달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임단협이 계속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턴어라운드를 향한 본격적인 사업계획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중공업(009540) 노조는 지난 7일 1만6762명의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의 93.26%인 1만5632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넘는 66.47%(1만390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은 33.16%(5183명)에 그쳤다.
 
이날 투표는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압도적인 반대로 마무리됐다. 투표 전부터 노조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조합원들의 불만이 표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한 주된 이유는 기본급 인상 부분이다. 당초 노조는 현 기본급에서 13만2013원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3만7000원 및 직무환경수당 1만원 등 4만7000원 인상에 그쳤다. 기본급에서만 8만원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간극이 컸다.
 
여기에 사측의 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제대로 된 항변 한 번 못한 채 받아들였다는 불만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투표가 부결로 마무리되면서 노사 모두 당혹해하기는 마찬가지.
 
사측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터라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권오갑 사장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공언한 것을 뒤집고 양보안을 제시한 데다, 대대적인 쇄신까지 계획하고 있어 진통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조기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조 측의 당혹감도 커졌다.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나올 정도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높아 현 수준에서의 소폭 인상 정도로는 재투표의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특히 집행부는 사실상 조합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면서 입지도 좁아졌다.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의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수많은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8일 노조게시판에 올린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에 드리는 글을 통해 다시 일어서서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며 임금인상 부족분을 반드시 채우겠다고 강변했다.
 
그는 “젊은 노동자들의 턱없이 낮은 임금을 제대로 보전해 주지 못했다”며 “하지만 노사가 '임금체계 개선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초임 조정과 임금격차 해소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최소 1~2호봉 이상 인상해 임금인상 부족분을 반드시 채우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일단 내부 회의를 통해 부결 원인 분석에 나서는 한편 간담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사 교섭은 다음달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단협 장기화로 연기된 노조 대의원 선거가 오는 21일 예정돼 있다. 노조 대의원 선거 전까지는 선거 운동이, 선거 후에는 조직 개편 등 노조 재정비에 돌입한다.
 
또 본격적인 재협상에 앞서 기존 합의안에 대한 양측의 조정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는 교섭을 갖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7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울산본사 실내체육관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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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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