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이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SK하이닉스는 간판사업인 반도체가 승승장구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올해도 반도체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양사 해당 사업부의 표정도 밝아졌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은 205조4800억원, 영업이익은 24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감소하면서 9년만에 역성장했고,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32% 이상 추락했다. 다만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2분기 연속(2·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4분기 매출액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와 그간 고공행진의 선봉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의 추락 등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3분기 대비 반등에 성공하며 하락세를 끊어냈다.
실적 반등의 원동력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년(6조8850억원)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10%대이던 영업이익률도 20%대로 올라섰다. 2013년 18%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1%대로 급상승했다. 반면 IM부문은 13%대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반도체가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성장에 힘입어 SK하이닉스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역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 다시 실적 최고치를 갈아치우게 됐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그간 SK그룹을 이끌던 쌍포가 크게 주춤한 사이 새 식구인 SK하이닉스가 버팀목으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4조9000억원~5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1조7000억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조38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50%이상 급증하며 연간 영업이익 5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PC 수요는 다소 둔화됐지만 모바일 신제품 효과와 서버 수요에 힘입어 모바일 D램, 서버 D램, 낸드 수요가 견조했다"며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도 실적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각사)
모바일 D램 수요 증가로 인한 메모리반도체 업황 호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반도체 사업 실적을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2013년을 기점으로 D램 시장이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역시 양사 모두 D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랜 치킨게임 끝에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양사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졌다.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는 올해도 장밋빛이다. 평균 판매단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스마트폰 성장세와 맞물려 모바일 D램 수요가 늘면서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세계 D램 시장 전체 매출이 528억28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인 반도체 시장 비수기로 불리는 올 1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의 D램 생산 차질이 국내 업체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 "마이크론이 30나노 공정에서 20나노로 전환하면서 웨이퍼 생산이 최대 15~2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비수기에도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며, 경쟁사의 생산 차질이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CES(Consumer Electronic Show)의 최대 화두였던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도 반도체 업계로서는 새로운 기회다. 반도체, 센서 등이 핵심인 사물인터넷의 대중화가 글로벌 업체들의 가세로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지면 반도체 업계의 신규 수요 창출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을 대비해 업계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신규 수요 창출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