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 임대차시장의 중심추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토교통부가 각종 혜택을 안겨주며 건설업자들의 월세임대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건설사에 정부가 새로운 '먹거리 챙겨주기'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특혜를 제공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를 믿고 개인 임대인이 된 투자자는 유탄을 맞게 됐다.
국토부는 13일 대통령업무보고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에는 그린벨트 해제 등 국토부 가용토지 적극 지원과 주택기금 융자지원 확대, 종합금융보증 도입,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확약 등 투자자 출구전략 마련, 양도세 면제 등 민간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대규모 인센티브안이 담겨있다.
현재 시장에 월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님에도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통해 월세공급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월세가격은 2.3%, 지방은 0.5% 하락했다. 국토부가 지정한 공식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이에 대해 월세초과 공급을 원인으로 꼽을 정도로 시장에는 월세가 넘쳐나고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정책 브랜드로고
이같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고액전세에서 거주하는 중산층을 보증부 월세형태의 기업형 임대로 이동을 유도,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민층 전세공급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을 가했다.
하지만 고액전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가 월세로 이동할 것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연3~4%대의 전세대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연10%대 이율의 월셋집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이원용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전세대출을 보증금의 80%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월세로 이동할 이유가 없고, 임대가격이 비슷하다면 공공연한 월셋집인 임대아파트에서 굳이 살려고 안할 것이다"고 말했다.
◇보증금 부담 큰 월셋집 들어갈까?
신혼부부 등 목돈 마련이 어려운 계층의 보증금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임대주택의 재고률을 높을 수 있다는 설명도 구색갖추기에 불과해 보인다.
월세계약에서 보증금 인하는 월임대료의 상승을 뜻한다. 보증금 인하분은 매월 월세 납입 부담으로 전이된다. 세입자는 전셋집 또는 월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보증금을 높이길 원하지만 공급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보증금을 내리고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
N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맞추려면 보증금 비율을 낮추고 월세를 높게 받아야 하는데 이런 식의 임대는 지금도 많다"면서 "세입자는 보증금을 많이 넣고 월세를 낮추거나 전세를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강남 오피스텔의 월세는 보증금이 적게 들어가면 100만원 내외의 월임대료를 내는데 기업이 고급형 임대주택을 지으면 100만원을 넘기게 되는데 수요층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월세수요가 기본적으로 고소득층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범적으로 초기 한두 사업지가 성공하겠지만 보편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소규모 개인 임대업자가 무슨 죄
우려와 달리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에 임대료를 낮춰 기업형 임대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경우, 피해는 소규모 개인 임대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임대인은 경쟁에서 밀리며 임대료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투자심리 위축으로 매각도 쉽지 않다.
현 정부는 지난 2년간 각종 부동산대책을 통해 매수심리를 자극, 추가 주택구입을 통해 민간 전·월세 공급을 유도하는 정책기조를 고수해 왔다.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은 정부 정책을 믿고 추가 주택 매수에 나선 임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월세는 세입자가 집주인과 얘기해 서비스를 받는 구조로 여러가지 불편함을 피할 수 없지만 기업은 수준 높은 서비스를 높을 수 있다”면서 “같은 가격이라면 세입자는 기업형 임대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