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개 기업 직원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빅딜 반대' 집회를 열었다.(사진=이충희 기자)
[뉴스토마토 양지윤·이충희기자] 삼성그룹 방산·화학 관련 4개 계열사 직원들이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에 반대하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첫 공동 상경집회를 열었다.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 직원들은 21일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빅딜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매각대상 기업 직원 대표들이 공동 상경투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회사별로 각 사업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집회를 가졌다.
상경 집회에는 4개사에서 총 4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 측은 생산현장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대근무 후 쉬는 직원들을 주축으로 집회참석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4사 직원들은 이날 '삼성 사원증'을 패용한 상태에서 집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의 일원으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사 직원들은 공동항의서한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시장논리에만 치우친 결정으로 직원들이 상실감이 크다"면서 매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지난 15일과 마찬가지로 서한 전달을 위해 본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사측과 경찰에 저지당했다. 매각대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직원들은 미래전략실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집회는 오후 3시까지 진행됐으며, 노사 양측의 큰 충돌은 없었다. 다만 집회 참석자와 노무팀 관계자간 다툼이 벌어지는 작은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일부 기업은 인사노무 담당직원들 파견해 집회현장을 지켜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무 담당자들이 카메라로 집회 참석자들을 사진 촬영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4개사 직원들은 매각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9일 서초사옥에서 2차 공동 상경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보상금 등 최대한의 이해를 받아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 방산·화학 관련 4개 계열사에서 '빅딜 반대' 기류가 확산되면서 인수 대상자인 한화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등 삼성 4개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한화로 매각하는 '빅딜'에 합의했다. 최금암 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담판을 지었다.
빅딜이 성사되면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중순 합병 후통합(PMI)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계·방산부문은 심경섭 ㈜한화 대표이사, 유화 부문은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PMI TF는 지난 5일부터 삼성테크윈 창원 본사에 온라인 회선을 연결하고 실사에 필요한 문서들을 넘겨받고 있다. 다만 현장실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 향후 실사 과정에서 매각대상 기업직원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 측 직원들의 이탈 우려와 업무손실, 그리고 대상 기업 직원들의 계속되는 반발로 한화그룹 내부의 사기가 크게 꺾이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실사에 필요한 자료는 정상적으로 오가고 있다"면서 "실사가 일정대로 진행되는 만큼 인수 일정은 차질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