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과정만으로 이미 '만점'

입력 : 2015-01-23 오후 2:08:53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호주 아시안컵에서 변화무쌍한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내다보고 선임한 감독이란 점에서 대회 결과를 떠나 긍정적인 행보다.
 
대표팀은 지난 22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연장에만 2골을 터뜨린 손흥민(레버쿠젠)이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총 3번의 큰 변화를 시도하면서 경기 자체를 뒤흔들었다. 시작은 평소대로 4-2-3-1 포메이션이었으나 이미 연장전까지 고려한 전술변화가 눈에 띄었다.
 
◇축구대표팀 선수단. ⓒNews1
 
◇꼭꼭 숨겼던 차두리와 '측면' 기성용
 
후반 24분 오른쪽 풀백 자리에 차두리(FC서울)를 김창수(가시와레이솔) 대신 넣으면서 첫 승부수를 띄웠다. 차두리는 들어가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다. 이미 체력과 스피드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그에게 지칠 대로 지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상대가 안됐다. 결국 차두리는 연장 후반 14분에 드리블 돌파로 수비진을 깬 뒤 손흥민에게 패스해 골을 도왔다. 힘이 좋은 차두리를 경기 막판까지 감췄던 슈틸리케 감독의 지략이 빛났다.
 
후반 37분에는 한국영(가시와레이솔)을 투입하며 기성용(스완지시티)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그와 동시에 선발 출전했던 장신 공격수 이정협(상주상무)을 과감히 빼버리고 발이 빠른 이근호(엘자이시)를 최전방 공격수로 놨다.
 
순식간에 왼쪽에 손흥민과 오른쪽에 남태희(레퀴야)까지 가세하며 대표팀 내 가장 발이 빠르고 유기적인 조합이 탄생했다. 이는 기성용의 다양한 패스를 더욱 끌어내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이 의도적으로 길을 열어준 것이다.
 
연장전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감춰뒀던 마지막 카드가 결국 나왔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지치면서 발이 묶이자 그는 정반대의 생각을 내놨다.
 
스피드가 강점인 남태희를 다시 중앙으로 돌리고 발이 느리지만 패스가 좋은 기성용을 왼쪽 측면으로 뒀다. 슈팅이 좋은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더욱 끌어올렸다. 결국 연장 전반 14분에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호펜하임)가 올린 크로스를 손흥민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이 나왔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이 골을 지키기 위해 수비수인 장현수(광저우푸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하는 방법으로 중원을 지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멀티 플레이어' 강조와 신예 선수 발굴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변화는 그가 평소 강조하던 '멀티 플레이어'와도 직결된다. 취임 당시부터 "두 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그는 상황에 맞게 선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기성용의 측면 이동이나 장현수의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은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을 오가는 박주호(마인츠)가 중용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의미다.
 
이러한 슈틸리케호의 과정은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멀리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9월5일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차근차근 대표팀의 기반을 닦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성룡(수원삼성)을 대신해 김진현(세레소오사카)을 주전 골키퍼로 낙점했다. 김승규(울산현대)에 이어 3번째 골키퍼로 불리던 그의 가능성과 간절함을 슈틸리케 감독은 눈여겨봤다.
 
연령별 대표팀을 포함해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던 이정협도 새로운 공격수로 떠올랐다. 이정협을 보기 위해 직접 상주까지 5번이나 찾아간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과감하게 이정협을 발탁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소리도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는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물음에 남녀 656명 중 54%가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5%에 불과했다. 자신을 '축구 관심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6%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 지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 (사진캡쳐=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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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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