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이대로?)①세계서비스 1등 만들어낸 비정규직 85%의 그늘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으로 남는 장사는 말아야"

입력 : 2015-01-28 오후 5:21:59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직원인 듯 직원 아닌 직원 같은 너', '돈 많이 주는 업체만 들어와'..조금 장난스럽지만 국가대표 공항 인천국제공항을 향한 비아냥이다. 해결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금융부가통신망(VAN) 업체 선정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제안해 '갑의 횡포' 논란까지 낳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으로 선정됐지만, 반쪽짜리 결과라는 지적이다. 허브공항으로써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인천공항의 흑자경영과 세계1위 공항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인천공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세차례에 걸쳐 살펴보겠다. [편집자]
 
여객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성장을 멈추지 않는 인천국제공항.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라는 그늘에는 여전히 빛이 드리우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집계 결과 지난해 여객수는 전년보다 9.7% 늘어난 4551만명을 기록했다. 국제여객은 10.1%, 주춤하던 화물도 3.8% 성장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인천국제공항공사(자회사 포함)가 벌어들인 수익은 전년보다 1.1% 늘어난 1조6861억원이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 ⓒNEWS1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85%에 육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인천공항 직원 중 7220명중 85.6%인 6180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비정규직 비율은 오는 2018년 87%를 넘어 2025년 87.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기조에도 인천공항은 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인원은 3만1000여명인데 반해, 인천공항의 전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6월 기준 직접고용 비정규직 31명만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됐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에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인천공항공사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받는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40.77%인 3496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또 성과급도 정규직과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각각 2100여만원, 407여만원을 받았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0원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공항 보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들 조차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인천공항공사는 전문성과 보안이 핵심인 보안방재, 공항소방대, 공항정보시스템 등에도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여객터미널 2~3층은 A업체, 여객터미널 지하 2층~1층은 B업체가 맡는 등 관할 구역이 달라 빠른 업무처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바 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인천공항의 안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며 "대부분 소방대장을 포함한 소방대원이 비정규직으로 사고 발생시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질타하기도 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인천공항공사는 간접고용을 통한 경영방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외주업체 42곳의 이윤은 인건비를 제외한 관리비, 운영비, 이익은 전체계약금액의 약 31% 수준이었다.
 
같은 당 변재일 의원은 "이를 지난해 전체 외주업체 계약비용인 3101억원에 적용해 추산하면 외주업체의 관리비와 이윤은 연간 945억원으로 직접 고용을 통해 운영한다면 절약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세계적인 공항이 대부분이 비정규직 상태라는 것이 답답하다"며 "외주를 줘야 하거나 단기적인 업무가 있다면 가능한데 상시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돼야 한다.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공사는 안전에 직결된 수하물처리, 소방·구조 등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인력운영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지난해 9월 이미 완료한 상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이미 나왔지만 워낙 많은 문제가 걸려 있어 향후 어떻게 할지는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아웃소싱 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 인력운용 등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정부와도 연관돼 있어 시일이 걸리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경영평가 항목에 간접고용 관련 기준을 추가해야 하는 등의 방안도 제기된 바 있다.
 
항공학계 전문가는 "인천공항이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부심이 될수 있지만 공사로써 책임감은 세계 최하위 수준일 것"이라며 "수익을 얼마나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수익을 내고, 또 그 수익을 국민에게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히 할때"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29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그래 죽이기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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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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