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미약품(128940)이 특허가 10여년이나 남은 의약품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450억원대 규모의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가 대상이다.
오는 3월 의약품 허가·특허 제도의 대변혁을 앞두고 복제약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사전 포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자누비아의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사 머크를 상대로 특허소송 2건을 최근 청구했다.
(사진출처=한국MSD)
약물의 안정화나 성분 배합 방법 등 조성물특허를 허물기 위한 '특허무효'와 '권리범위확인(소극)' 소송이다.
특허무효는 해당 특허의 진보성과 신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권리범위확인(소극)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복제약이 머크의 특허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요점이다. 두개의 특허는 나란히 2024년까지 존속된다.
이번 소송은 자누비아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위한 분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미약품이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10여년 동안 복제약 진입이 불가능하다. 자누비아는 2개 조성물특허 외에도 원천특허인 물질특허가 2023년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질특허는 새로운 성분을 개발했을 때 부여받는 원천특허기 때문에 이를 깨는 것은 어렵다. 조성물특허에서 승소해도 자누비아 복제약이 나오려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왜 복제약이 출시되려면 10여년이나 남아 있는 의약품에 대해 벌써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을까. 더욱이 이겨도 출시 시점을 1년 앞당기는 것에 불과해 의문이다.
업계에선 오는 3월에 시행되는 복제약 독점권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복제약 독점권이 얼마나 제약업계에 파급력을 가져오는 제도인지 이번 자누비아 특허소송 사례로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복제약 독점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허가특허연계제도'에 포함된 내용으로 오는 3월 시행된다.
복제약 독점권은 특허회피를 성공한 의약품에 1년간 독점지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자격은 두 요건을 동시에 부합해야 한다. 최초 특허심판과 최초 품목허가 신청이다.
예를 들어, 복제약을 개발한 A사가 오리지널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가장 먼저 청구해 승소한 뒤 가장 먼저 품목허가 신청을 접수하면, A사만 1년 동안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다. 나머지 복제약사들은 시장 진입이 1년간 제한된다.
자누비아도 마찬가지다. 제도 시행 전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처음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한미약품은 자누비아 복제약 독점권 획득에 일단 한발짝 다가섰다.
이후 특허소송 승소를 거쳐 시판허가 신청을 접수하면 한미약품만 1년간 복제약을 팔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 보통 오리지널 대형약물이 특허만료되면 50~60여개사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든다. 450억원대 규모의 자누비아 시장에서 경쟁자 없이 복제약을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복제약 독점권은 앞으로 제약사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제도"라는 특허전문가들의 견해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한미약품이 자누비아 특허소송을 일찌감치 접수한 이유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복제약 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자누비아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독점권 대상이 될 품목에 대해서 소송을 미리 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에 접수된 의약품 특허소송은 221건으로 전년(73건)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