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서울 한남동 고급 임대아파트 '한남더힐' 부실감정으로 국토교통부의 징계를 받은 바 있는 나라감정평가 법인과 관계자들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안범진)는 '한남더힐' 분양전환 금액 감정과 관련해 세입자 측의 요구를 받고,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게 분양전환 금액을 평가한 혐의(배임수재,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법 위반)로 나라감정평가법인(나라감정) 법인과 김모(56) 전 대표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나라감정은 세입자 대표 윤씨와 짜고 최소 2조5000억원으로 평가가 예상되는 한남더힐의 분양전환금액을 1조1000억원대로 평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News1
검찰에 따르면, 한남더힐의 시행사이자 소유주인 한스자람은 지난 2011년 완공 직후 모집공고에서 당첨된 세입자들과 5년 기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총 600세대였다.
당시 한남더힐의 인기는 엄청났다.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을 공개모집했던 2009년 평균경쟁률은 15 대 1이었다. 특히 330㎣(100평) 면적의 경우 50 대 1을 기록했다. 계약자들이 낸 임대차보증금의 총액만 1조1423억원 상당이었다.
당시 임대차 계약에는 2년6개월이 지날 경우, '시행사와 세입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분양을 가능하도록 했다. 2년 6개월이 지난 2013년 7월이 다가오자 한스자람과 세입자측 모두 분양전환에 적극적이었다. 세입자들은 '분양전환 대책위원회'를 결정하기도 했다.
분양전환 금액은 임대차 당시 계약서에 따라 양측이 각기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고 두 평가법인의 산술평균으로 하기로 했다. 감정평가법인에 대해선 '전년도 매출액 상위 10위권'으로 제한했다.
세입자측은 분양전환 대책위 위원장으로 윤씨를 선출했다. 윤씨는 2013년 7월 대책위 소속 또 다른 위원으로부터 나라감정을 소개받았다. 그는 "최대한 낮은 금액으로 감정평가 해달라"는 취지로 나라감정 측에 요구했다.
나라감정은 실제 감정평가를 진행하지도 않고 '감정평가 제안서'를 만들었다. 나라감정 측이 제안서에 기재한 금액은 최저가 1조252억여원, 최고가 1조1473억여원이었다. 이는 시장 평가 예상 금액은 고사하고, 당시 임대료 총액인 1조 1524억여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엉터리 금액이었다.
이후 나라감정은 제일감정평가법인(제일감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남더힐 감정평가 업무를 진행했다. 같은 해 9월 나라감정은 윤씨 등으로부터 "1조800억원 정도로 감정평가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수수료를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이를 계약서에 첨부시켜줄 것을 요구 받았다.
결국 나라감정 측이 계약서에 이전보다 더 낮아진 추정가액을 첨부했다. 최자가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9992억여원으로 변경됐다. 이와 같은 계약 내용을 전해들은 제일감정 담당자 김모(49)씨는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나라감정 측과 김씨는 곧바로 본격적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했다. 관련 법령이 모두 무시됐다. 원가방식이나 수익방식을 검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낡은 공동주택만을 비교해 감정평가를 진행했다.
이들이 내놓은 감정평가 금액은 1조720억원이었다. 비슷한 시기 나라감정의 또 다른 감정평가사가 부지 가액만을 1조590억원에 평가했고, 다른 감정 평가법인에 의해 부지 가액이 최소 1조480억원으로 평가한 것은 모두 무시됐다.
제일평가가 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이 금액을 통과시키지 않자, 900억원을 상향해 1조1620억여원으로 평가금액을 변경해 가격심사를 통과했다. 나라감정 등은 이 같은 허위 감정 평가의 대가로 윤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5억8916만여원을 챙겼다.
검찰은 나라감정 김 전 대표 등 감정사 3명과 윤씨, 그리고 나라감정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7월 허위 감정평가와 관련해 이들 감정평가사들에게 각각 1년~1년2개월의 업무정지 징계를 내렸다. 또 나라감정·제일감정에 대해서도 각각 2억4000만원과 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시행사인 한스자람 측도 감정 평가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평가를 진행한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과 대한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들에게 각각 1개월, 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시행사 측 감정평가 조작은 미흡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의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