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택배단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물량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6억2325만여개로 집계됐다. 이는 만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간 61.8회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수치와 같다.
택배시장 매출액도 전년 대비 6.4% 증가한 3조9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시장이 꾸준히 성장한 데다, 최근 해외 직접구매 열풍이 불면서 물량이 증가한 덕이다. 국내 택배시장은 시장 집계를 시작한 2009년부터 물동량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택배 평균단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단가는 2449원으로, 전년 대비 1.02% 하락했다. 다만 수년 전 연간 200~300원씩 하락하던 것에 비해 평균단가의 하락 폭은 점차 안정추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택배단가가 바닥까지 추락해 더 이상의 하락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최소한의 저항선까지 내려와 있어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지면 택배산업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익일 택배 배송량이 세계적으로 최대 수준”이라며 “그나마 규모의 경제로 인해 낮은 가격에도 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농협과 롯데의 택배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다경쟁에 대한 우려다. 특히 농협의 경우 농협법을 적용받아 영업용 차량의 증차가 제한되는 일반 택배사와 달리 자가 차량으로 운송이 가능해 공정성 시비마저 낳고 있다.
농협은 기존 택배업체를 인수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계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로젠택배와 KGB택배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KGB택배의 경우 현재 로젠택배가 인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가 KGB택배를 인수할 경우 물동량 기준으로 현재 4위인 우체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로젠택배의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KGB택배를 인수하고 둘을 합병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이를 재매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농협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과다경쟁으로 택배단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결국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농협 측은 기존 택배사들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농축수산물 택배를 기피하고 있고,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서비스 제고를 위해서라도 택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