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기중앙회장 선거 '복마전'.."1표에 천만원도 오가"

입력 : 2015-02-04 오후 5:30:21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5 중소기업신년인사회' 모습.ⓒ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임효정,정기종기자]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가 돈선거로 변질되고 있다. 1표당 1000만원까지 뒷돈이 오가는 상황이다. 표를 돈으로 사는 명백한 불법선거다.
 
선거절차는 이렇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인단으로부터 10%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지난달 25일 7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쳤지만, 선거인단 추천 이후 최종 후보는 5명으로 추려졌다.
 
3일과 4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이 과정에서 예비후보들은 선거인단에게 1표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금품을 뿌렸다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한 지역 조합회원은 “처음에는 표 한 장당 300만원부터 시작했는데 경쟁이 심화되면서 500만원, 1000만원까지 금액이 올라갔다”며 “회장 후보로 나오려면 최소한 10억원은 써야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내부 증언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고위관계자는 “내부에서는 1표당 10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며 "지금 선거판에 수십억이 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좌우하는 선거인단은 중앙회 정회원 대표자 585명 중 회비 미납과 휴면조합 등으로 추천권이 박탈된 회원을 제외한 528명이다. 예비후보들은 이중 10% 이상인 52명의 추천을 받아야 정식 후보등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후보들이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선거인단 추천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후보자는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5명이다.
 
이 같은 증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선출 규정을 담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53조는 선거인에 대한 금전·물품·향응 및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는 행위는 물론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연말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인단에 선물을 뿌리고,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은 바 있어 혼탁 조짐은 일찍이 제기된 터였다. 여기에다 중앙회의 무리한  정관 개정으로 비밀보장이 되지 않는 선거 방식까지 도입되면서 후보들이 누가 자신을 찍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도 돈선거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 정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는 불공정행위가 포착될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연말에 경고처분한 3건 외에 추가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후보자 추천과정이 끝났지만 본 선거에서도 금품살포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본 선거는 비밀선거로 치러지지만 앞선 추천과정에서 각 후보자들은 자신이 끌어들이지 못한 선거인단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공략이 가능하다. 일부 후보들의 경우 단일화 움직임도 있어 내용은 더 혼탁해질 수 있다.
 
내부에서 공공연히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지만 중앙회를 통해 신고되거나 처벌이 내려진 사례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선거가 과열·혼탁 조짐을 보이자 중앙회가 일종의 긴급 처방전으로 불법선거 신고포상금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늘렸지만 소용이 없다.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면서 감시와 견제는 한층 소홀해졌다.
 
중기중앙회 내부 관계자는 "(중앙회에 속한 사람들은) 사회적인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본인이 돈을 안 받았어도 어느 누구랑 원수지면서까지 신고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돈 주는 사람도 내 편이 될 만한 사람만을 골라서 주니 신고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상원 기자
이상원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