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 모르는 통신 부가서비스 한 달에 1천원?..정부규제 '구멍'

"부가서비스는 소액결제 아니야"..정부·이통사 뒷짐에 소비자만 피해

입력 : 2015-02-05 오후 1:53:13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던 A씨는 결제와 동시에 '[SKT]로그인플러스(매월 1000원)에 가입되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휴대폰 인증과 유사한 서비스 가입 화면이 섞여 있어 의식하지 못한 새 자동 가입된 것이었다. A씨는 즉시 통신사에 문의했으나 "결제대행만 할 뿐 환불절차는 해당 서비스업체 소관"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이용자 동의없는 월 자동결제 피해를 줄이겠다며 지난해 11월25일 '통신과금서비스(소액결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위 사례는 개선된 통신과금서비스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부가서비스는 소액결제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민원접수에도 불구하고 제도 허점을 남겨둔 채 정부와 이통 3사가 뒷짐지고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지갑에선 야금야금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통 3사 제휴 부가서비스..방통위 개선안 검토 중
 
주식회사 M사가 이통 3사와 제휴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로그인플러스',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가입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마케팅경로를 통한 가입절차에서 서비스 정보전달이 불충분해 소비자들이 오인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M사 측은 "정상적인 가입절차엔 문제가 없지만 광고대행사를 통해 마케팅활동을 하던 중 일부 관리 소홀이 있었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달 30일 전반적인 개선작업을 마쳤다"고 해명했다. 또 "색깔과 배너 등 화면 디자인을 완전히 바꿔 서비스 안내를 명시했다"며 "계속해서 민원 등이 접수되면 서비스 개선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 가입화면 캡처(2월2일)(사진=김미연 기자)
 
그러나 여전히 서비스 정보는 팝업창 하단에 희미하게 적혀있으며, '본인확인보호' 및 '본인확인 보호시작'이라는 문구는 서비스 가입 안내라고 즉각 파악하기 어렵다. 통신사 항목을 체크해야 '본인확인 보호가입'으로 문구가 바뀌고 요금 정보가 표시된다. 으레 거치는 인증절차로 여겨 의심없이 클릭하다보면 덜컥 가입되는 이유다.
 
당일 해지하면 비용이 청구되지 않지만 자정이 지나면 35원의 요금이 일할 계산돼 반영된다. 통신요금을 확인하다 뒤늦게 서비스 가입내역을 알았거나, 반복적으로 가입유도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통사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인 줄 알았다"며 "개인정보 보호라는 미명 하에 소비자들을 속여 마치 피싱을 당한 느낌"이라고 공분했다.
 
◇방통위 "이통사 책임 여부 검토 후 결정"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M사 측에 서비스 개선을 요청했다.
 
서비스 제공업체와 서비스 종류, 월 정액 요금 등을 알기 쉽게 표기하고, 일부 해지절차에서 겪는 어려움도 해소하도록 했다.
 
다만 이통 3사의 책임 여부에 대해선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가 서비스 실 제공업체는 아니기 때문에 해당 사업구조 등을 파악한 뒤 이통사의 책임 여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이 사례에 대해 "우리는 결제대행을 처리하는 것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제대행 과정에서 이통 3사는 수수료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 관계자는 "우리는 중간에서 일종의 소액결제를 넘겨주는 결제대행만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면 서비스 제공업체 책임이 맞다"며 "다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휴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030200)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서비스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이통 3사를 부각시킨 점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다"며 "최근 민원이 접수된 것을 확인했고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032640) 관계자 역시 "수납대행만 맡고 있다"며 "환불절차 등은 서비스 제공업체 소관"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11월 '통신과금 서비스 제도 개선안' 발표..부가서비스 예외는 제도 허점
 
앞서 미래부는 국민들의 소액결제 피해를 막고 이용자 보호체계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2월부터 '통신과금서비스 제도 개선방안'을 시행해왔다.
 
'통신과금서비스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통신과금서비스 제공자는 '표준결제창'을 이용해야 하며, 통신과금서비스 인증시에도 기존의 SMS 인증방식 외에 'USIM-OTP' 및 'USIM-SMS' 방식 등을 이용해 보안등급을 높여야 한다.
 
이통사 역시 안전결제서비스와 ARS 음성인증을 확대 시행해야 하며, 무엇보다 피해 민원이 제기된 경우 민원처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피해구제 원스톱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당시 미래부는 "그동안 소액결제 피해자가 이통사에 민원을 제기하면 통신사는 수납대행만 한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자의 연락처만 제공하고 민원을 종결해 이용자 불편이 지속됐다"며 "앞으로는 피해진술을 받고 서비스제공자에 연락을 취해 환불절차 등을 진행하는 전 과정에 이통사가 직접 나설 수 있도록 전담인력 등을 구성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로그인플러스'나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의 경우 위 제도 개선안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이통 3사와의 직접 제휴를 통한 '부가서비스'는 소액결제 사례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정택 미래부 인터넷정책과 사무관은 "부가서비스는 통신과금서비스로 적용되는 소액결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제도를 도입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통 3사가 자사 부가서비스 항목에 어떤 업체의 서비스를 넣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정의한 '통신과금서비스'란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시 전화인증을 통해 이용대금이 통신요금과 함께 청구되는 것으로 일명 휴대폰 소액결제를 말한다. 또 미래부는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피해의 예시로 과금여부·결제금액·자동결제 여부를 고지하지 않거나 이 내용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안길재 미래부 통신정책기획과 사무관은 "접수되는 민원을 살펴보니 부가서비스와 통신과금과의 차이가 모호한 경우가 있어 이통사 및 서비스 제공업체와 얘기해볼 생각"이라며 "부가서비스 전체에 통신과금 제도를 적용할지 여부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사안에 따라 적용하더라도 방향은 표준결제창, 원스톱서비스 등을 모두 도입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미연 기자
김미연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