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일본과 중국자본이 우리나라의 알짜 금융사들을 속속 접수하고 있다. 실로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이라고 불릴 만 하다.
대부업계,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인수를 시작으로 급기야 최근엔 증권사, 보험사까지 넘보고있다.
위기감이 고조된 건 최근 일본의 종합금융그룹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부터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금융사들이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에 대해서 초반 '기우'라는 시각에서 이러다간 '독식' 당한다는 우려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이 인수될 땐 국내 금융사들의 자본력이 부족한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증권, 보험까지 손을 뻗치는 걸 보니 자존심이 상하는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日, 저축은행·대부업체 인수로 첫걸음..최근엔 현대증권 인수
위기감은 수치상으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대부잔액 상위 10위 업체 중 외국계 자본 잔액은 3조6201억원(68%)으로 국내 자본의 1조6862억원(32%)보다 1조9339억원 더 많았다.
특히 일본계 자금이 가장 먼저 진출한 대부업계, 저축은행에선 국내 자본을 압도하고 있다. 일본계 자본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6곳. 이곳은 최근 시장 점유율 15%에 육박하고 있다.
첫 시작은 지난 2010년말 일본 오릭스 그룹이 푸른2저축은행(현 OSB저축은행)을 인수한 것 부터다.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분리된 SBI그룹이 업계 1위였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설립했다.
최근엔 J트러스트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의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SC저축은행 인수 승인을 받고 씨티캐피탈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캐피털업계 매물도 일본과 중국, 미국 자본에 속속 매각되고 있다.
KT캐피탈 매각에선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C플라워와 국내 L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중국 부동산 그룹인 신화롄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큰 손' 中, 보험·은행도 노린다
2금융권부터 시작했던 일본과는 다르게 중국자본은 오히려 굵직굵직한 매물을 노리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우리은행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동양생명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안방(安邦)보험 사례를 보면 명확하다.
중국 푸싱금융그룹은 지난해 LI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 인수전에 나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 상황보다 올해 하반기 입수합병(M&A)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KDB대우증권 등의 매물에도 중국계 자본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진출을 하는 이유는 양국 사이에 놓여진 조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 확대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로운 기회도 창출될 수 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국부펀드와 민간 금융기업들의 해외 금융투자를 독려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그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중국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등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