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남숙기자]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 시장에서 능력보다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2.1 지속가능연구소'와 대학생언론협동조합 'YeSS'가 현대리서치 등에 의뢰해 전국 130여개 대학생 23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80.5%가 취업시장에서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시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의대·약대·간호대 학생 91.7%는 능력보다 학벌이 중시된다고 답해 병원 등 보건 의료계에서 학벌 중시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생의 집안사정에 따라 취업전망이 엇갈려 취업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자신의 집안 사정이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67.3%는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5.4%만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 진학에 사교육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85.5%에 달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또, 대학생 60.1%가 "내가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만큼 가치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학생(64.1%)이 여대생(56.7%)보다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안치용 2.1지속가능연구소장 겸 토마토CSR리서치센터장은 "사교육,대학진학, 취업으로 이어지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구조화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하는 사회적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업주부 선호율이 높은 것에 대해서도 그는 "여학생들은 가사노동, 육아에 대한 가부장적 인습에 대한 피해의식과 취업욕구가 전업주부에 대한 가치부여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생들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설문에 56.8%가 "그렇다"고 답해, 졸업 후 취업성공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학생(64.9%)이 사립대 학생(56%)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 반응이 많았고, 계열별로는 취업경로가 뚜렷한 의대·약대·간호대(75%)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교육계열이 73.7%로 높았고, 인문학 계열이 52%로 가장 낮았다.
남학생(60.8%)은 평균(56.8%)보다 높았고, 여대생(53.2%)은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취업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직업적 안정성(26%)이나 금전적 보수(20%) 보다 성취감(37.1%)이 높았다. 구성원 간의 관계(9.6%)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공분야별로는, 교육계열에서 안정성, 사회계열과 예체능계열에서 성취감, 의학계열에서 안정성과 보수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졸업 5년이내 창업의향이 있다"는 설문에 대해 전체평균 18.6%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경제경영계열(414명)에서 응답자 25%가 "그렇다"고 답해 가장 높은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열명 중 여섯명은 근무여건, 직장문화 등을 고려할 때 가능하면 외국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여대생(63.3%)이 남학생(54.6%)보다 10% 가량 더 높았다.
한양대 3학년에 재학중인 YeSS 편집장 서종민씨는 이런 경향에 대해 "글로벌 트렌드에 비추어 해외진출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국내 기업풍토에 실망한 '취업망명'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12월 1일, 충북 청주시 청주대에서 학생들이 눈 내린 교정을 걷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