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프랑스와 독일 등 4자가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평화 협상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협정문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은 지리한 교전을 끝마치고 무기와 군병력을 거점 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협정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할 것이란 우려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라톤 협상 끝 교전 중단 '합의'..비무장 지대 설정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16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교전을 중지하는 등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결된 협정문 내용을 살펴보면 오는 15일 AM 0시부터 교전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은 2월17일을 시작으로 2주 동안 중화기를 뒤로 물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전선에서 최소 25km 이상 중화기를 철수하고 50km 이상의 지역에 걸친 비무장 지대를 설정할 계획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비무장 지대를 감시하기로 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평화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리고 있다. (사진=로이
터통신)
모든 외국인 용병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시키고 불법 그룹들의 무장을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교전 중에 붙잡힌 상대측 인질을 사면해 주는 안도 협정문에 포함됐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친러 반군의 권력을 나누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인접 국경을 함께 관리하기로 했다.
친러 반군 점령지역에 가해졌던 정부의 각종 제재도 사라지게 됐다. 끝으로, 4자는 협의된 내용이 잘 이루어지는지 점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이자고 결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있지만, 희망의 빛을 보게 됐다"며 자축했다.
◇지정학적 위기감 가실지 불확실..EU, 추가 제재 검토 중
그러나 평화 협정이 체결됐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정학적 야욕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푸틴은 서방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경제 영토를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이자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관문과도 같다.
이 때문에 일부 EU 당국자들은 동부 교전이 격화되고 있어 평화 협정의 효력이 미약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EU 당국자는 "앞으로 48시간이 중요하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군은 자체적으로 8000명의 군병력을 모집하는 등 전략적 요충지인 도네츠크주 데발트세베를 점령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장에 들어섰다. (사진=로이터통신)
지난 11일만 해도 그 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져 하루 만에 정부군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협상이 열린 당일 아침에도 동부에서 교전이 벌어져 9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교전으로 5400명이 넘는 인원이 사망했다. 작년 9월에 체결된 민스크 평화 협정이 무색할 만큼 유혈 교전은 동부 곳곳에서 터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번 협상안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토는 러시아의 협정문 체결이 정치적인 쇼에 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즉시 반군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군병력과 군사장비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철수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U도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EU 외무장관들은 친러 반군과 러시아인 등 19명을 상대로 추가 제재를 가할지 논의 중이다. 최종 결정은 오는 16일에 나온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 교전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주권을 회복하는 데 잠재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