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엎친 데 덮쳤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도 모자라, 올해 조선업 전망도 밝지 않다. 고강도 쇄신의 칼을 빼들었지만 사무직 노조 출범 등 역풍에 처했다. 여기에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고개를 숙이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세계 조선업 1위
현대중공업(009540)의 현주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무려 3조2495억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다. 지난해 3분기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고 임원의 30%를 감축하는 등 전 분야에 걸쳐 고강도 개혁을 추진했지만 적자 탈출에는 끝내 실패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실적 쇼크 직후 4분기 흑자 전환만은 장담했다. 대규모 손실 충당금을 쌓음으로써 새로운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최소 500억원 영업이익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상승과 임단협 진통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빚어지면서 손실 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올해 조선업 전망마저 어둡다. 저유가 지속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감소하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조선업의 부활로 상선 분야 수주도 녹록치 않게 됐다. 벌크선 등 범용상선은 이미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올 한 해도 우울함으로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올해 수주 및 매출목표를 낮춰 잡았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달 5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총 229억5000만달러 수주와 매출액 24조3259억원 달성을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액 대비 수주액은 22.4%, 매출액은 8.4% 줄어든 규모다.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추가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2일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과 현대미포조선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연 700%의 상여금과 100%의 명절상여금 등 상여금 800%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3년 소급 요구도 받아들여졌다. 단 임금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토록 했다. 이 경우 소급분은 청구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회사 측은 연간 14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조 측이 승소하면 현대중공업은 261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부터 과장급 이상 사무직 1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19년 노사 무분규 임단협 기록이 깨지면서 혹독한 진통을 겪었던 터라 사무직 노조 설립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1일 2차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오는 16일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시름을 하나 덜게 된다. 그나마 위안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