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2년간 계류 중이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법안소위를 개최해 전병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홍문종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날의 최우선 안건으로 처리된 이 법안들은 격론 끝에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 5표, 기권 2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24일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이 되면 법적 효력을 얻는다.
◇합산규제에 업계 대립 첨예..국회도 차일피일 미뤄
이 법안들의 법안소위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때문.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의 가입자 수를 합산해 규제하자는 것으로 한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전체의 3분의1을 넘기지 말자는 내용이다.
그간 방송법과 IPTV법으로 케이블 사업자와 IPTV 사업자는 점유율 규제를 받았지만 위성 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는 단일 사업자로 별도의 점유율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케이블 업계 등은 IPTV와 위성방송을 소유한 KT그룹을 중심으로 미디어 독점이 형성될 수 있음을 우려해 합산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KT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전규제"라며 팽팽히 맞서왔다.
국회에서는 그간 이 같은 업계간의 입장 차이를 이유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나 여당 간사 교체 등 외부 변수도 작용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지난 1월 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클라우드 법'과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합산규제의 내용은 '3년 적용 후 재검토'다. 우선 3년간 3분의1 규제를 도입한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장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규제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더 강화할 지 완화할 지도 3년 후에 결정이 된다.
다만 산간 오지 등 위성방송만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의 가입자는 합산규제의 예외 범위에 두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법안(통합방송법)'의 "방송법 점유율 제한을 33%로 명시하고, 법률 시행 3년 후 일몰로 상한선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2안과 유사한 형태다.
◇反KT "3년 실효성 없어" vs. KT "위헌 소송도 불사"
이 같은 내용에 KT진영과 반(反)KT 진영 모두 아쉽다는 평가를 남겼다.
우선 합산규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해 온 케이블 업계는 3년 후 재검토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KT의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28%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1%포인트씩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3년의 시간은 부족하다는 것. 이 때문에 케이블 업계는 계속해서 5년 일몰제를 주장해 왔다.
또한 "공익성 심사, 시장경쟁상황 평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강제분할 등 사후규제 체계가 확립돼 있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는 사후규제 체계가 미비하다"며 사후규제라는 안전장치를 두자는 의견에도 반대해 왔다.
업계는 이날 "입법 과정을 통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재검토 없는 3년 일몰제로 입법 미비가 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법 개정안의 명확한 조문 확인 후 법 개정안 진행상황을 보며 추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KT 진영은 합산규제 법안 통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날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입장 자료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완화 또는 폐지돼야 마땅하다"며 "도서·산간 방송을 책임지고 통일을 대비하던 위성방송은 이번 합산규제 법안 통과로 또 다시 경영상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규제완화가 강조되는 시기에 역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합산규제가 입법화 될 경우 위헌 소송 등 법적 조치를 통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