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월가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24일(현지시간) 자넷 옐런(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하면서 시장을 안도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월가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꼽히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바뀌고 있다.
가뜩이나 낮아지고 있었던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희미해졌고 이제 다수의 전문가들은 9월이나 10월을 첫 금리 인상 시기로 지목하고 있다.
◇"당분간 기준 금리 인상 없다"..시장 안도
이날 청문회에서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옐런 의장은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정체돼 있고 부동산 시장 회복 역시 느린 점을 지적하며 "최소한 앞으로 두 차례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옐런 의장은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글로벌 리스크 역시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수출과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어 경제 성장률이 더 둔화될 수 있다"며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느리고 인플레이션 역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옐런 의장은 해외 중앙은행들의 경기 부양책이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고 유가 하락 역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옐런 의장은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과 소통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준 금리 인상 전에 이를 예측할 수 있도록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히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금리 인상 전 시장에 최대한 힌트를 줘 그 충격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옐런 의장은 "선제안내 변경이 두 번 정도 회의에서 정책 금리 인상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진다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고 시장친화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스터틀랜드 스터틀랜드 볼러틸리티 그룹 사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옐런 의장의 발언은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장 역시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비둘기적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옐런 의장의 발언 전 혼조를 나타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7bp나 급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2%가 붕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6월 금리 인상론 힘 잃어..월가는 9·10월에 베팅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미국의 첫 금리 인상 예상 시기는 더 늦춰지고 있다.
CNBC는 연준의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9월이나 10월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연준의 금리를 놓고 베팅하는 연방기금금리선물(fed funds futures)에 따르면 이제 48%의 투자자들이 9월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고 또한 69%는 10월 금리 인상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미루어봤을 때 연준이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6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이앤 스웡크 메시로우 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서서히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하고 있고 이전의 '테이퍼텐트럼'을 겪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6월 금리 인상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9월이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데이빗 루벤스테인 카알라일 그룹의 공동창업자 역시 "달러 강세 등의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준이 9월 이전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이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상징적인 의미로 올해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다만 금리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인상폭이 크지 않아 시장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앤드류 윌킬슨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 시장 전략가 는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금리를 인상할 때 시장을 놀래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금리가 인상돼도 큰 폭의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연준은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할 것"이라며 "올해 상징적인 금리 인상이 나오긴 하겠지만 인상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