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출범을 앞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 비대면 실명확인의 방법 중 하나로 공인인증서 사용을 허용해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에 대해 보안업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공인인증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비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공인인증서의 폐지 요구도 다시한번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이 직접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실명확인을 하고 계좌계설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을 말한다. 현재 금융거래를 위해서는 '실명확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위해 영업점에 직접 나와 신분증으로 실명확인을 하는 '대면확인'이 유권해석에 의해 시행되고 있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서는 비대면 실명확인의 방법 중 하나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실명확인을 위해 다른 기관에 위탁을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않고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방향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공인인증서, 실명확인 수단 될 수 없어"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인증서가 본인확인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실명확인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현행법 상 본인확인은 그 자가 그 사람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며, 실명확인은 권한을 가졌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가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공인인증서가 인터넷전문은행에서의 실명확인의 대안으로 꼽히긴 하지만 타인이 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명확인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 탈취사례가 많은 현 상황에서 공인인증서는 신뢰할만한 인증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공인인증서는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김경환 변호사는 "공인인증서는 지금까지 대량유출도 많이 됐고, 신뢰성이 떨어져 있다"라며 "공인인증서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실명확인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전체적인 보안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안전문가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실명확인 수단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그 은행을 선택하지 않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며 "하드디스크나 USB저장 방식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은 보안상 굉장히 취약하기 때문에, 불안해서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명거래 양성화 조장 우려도
대체 인증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공인인증서가 잔존할 경우 신기술 개발 욕구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공인인증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한 보안업체 대표는 "공인인증서를 허용해 준다면 인터넷전문은행들에서는 비용 등의 이유로 새로운 실명확인 기술을 선택하지 않고, 공인인증서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공인인증서는 닳고 닳아 낡아빠진 인증수단"이라며 "한쪽 구석에 넣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에서도 공인인증서를 통한 비대면 실명확인이 차명거래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는 사칭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실명확인 용도로 쓰이기에는 문제가 많다"라며 "현재도 가족끼리 공인인증서를 공유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차명거래를 양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객이 은행을 찾아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