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입력 : 2015-03-01 오전 9:46:00
어제(2월 28일 토요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하기 전 항상 하는 일은 근처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를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그들의 의제는 항상 ‘종북세력척결’이다. ‘오늘은 좀 바뀌었으면’하는 기대를 안고 ‘反국가종북세력 척결 집회’에 참석했다.
 
◇반국가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 현장(사진=바람아시아)
 
역시나 여전히 어버이 연합으로 불리는 할아버지들이 앉아 ‘종북척결’을 외치고 있었다. ‘괜한 기대였거니’ 하고 발을 돌리려는 찰나에,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30여명의 학생들이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줄줄이 등장했다.
 
◇반국가종북세력척결대회에 참석한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 청소년들(사진=바람아시아)
 
◇반국가종북세력척결대회에 참석한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 청소년들(사진=바람아시아)
 
◇반국가종북세력척결대회에 참석한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 청소년들(사진=바람아시아)
 
◇반국가종북세력척결대회에 참석한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 청소년들(사진=바람아시아)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최근 설 연휴에 만난 사촌동생 또래의 학생들이 이 자리에 나타나다니. 그것도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그들의 등에는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이라 적혀있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경찰무도’라는 태권도와 같은 무도의 연맹인 듯 보였다. 학생들은 옆자리 친구와 웃고 떠들기도 하고, 발언자의 구호에 맞추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국가종북세력척결대회에 참석한 WPMF 세계경찰무도연맹 청소년들(사진=바람아시아)
 
이들의 등장에 머리가 띵해져 온갖 생각을 하던 중,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명의 학생이 일어났다. 화장실을 가는 듯 보여 그들을 따라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중학교 2학년이에요.
 
 
집회에 어떻게 참석하셨나요?
 
3.1절을 맞이해서, 자발적으로 참석했어요.
  
 
세계경찰무도연맹이 어떤 단체에요? 여기서 태권도 같은 거 배우는 건가요?
 
네. 경찰무도를 배워요.
 
 
그럼 오늘 관장님 따라 나온 건가요?
 
아니요. 좀 더 높은 분이요. 저는 자발적으로 왔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왔어요?
 
아니요. 그냥 한번 와봤어요. 굳이 말 할 필요 없을 거 같아서요.
 
  
혹시 ‘종북세력’의 뜻을 아세요?
 
음....잘 모르겠어요.
  
 
무대에서 발언 들어보니까 어때요?
 
훌륭한 사람들이 멋져 보였어요.
  
 
제가 커피 사드릴게요. 조금 더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저희 빨리 돌아가야 될 것 같아서요....
  
두 학생은 질문에 답변하며 ‘자발적’이란 표현을 강조해서 말했다. 누군가 집회에 참석하기 전에 누가 어떻게 참석했느냐 물으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말하라고 신신당부한 듯 보였다. 개학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뛰어 놀아야할 중학생 친구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다니 가슴이 답답했다.
 
찻길을 건너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 집회’에 참석했다. 5천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의혹과 서민증세, 한-중 FTA 반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반대, 공안탄압 등을 규탄했다. 작년 박근혜 정권 1주기 집회에서 문제제기 했던 의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 있었고, 새로 해결해야할 의제만 쌓여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현장(사진=바람아시아)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현장(사진=바람아시아)
 
결의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했을 뿐아니라 무능하고 부실했다"며 "정권이 민생파탄, 민주파괴, 평화위협의 현 상황을 유지하고 심화시키려 한다면 종교인, 노동자, 농민, 청년 등이 모여 '제2의 민주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집회가 끝나고 집회 대오는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가두행진 중에 명동 광고판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한 두 노동자를 위한 응원집회가 열렸다.
 
◇명동 광고판 고공농성을 응원하는 정부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명동 광고판 고공농성을 응원하는 정부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명동 광고판 고공농성을 응원하는 정부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명동 광고판 고공농성을 응원하는 정부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지난 6일 LG유플러스 소속 강세웅 노동자와 SK브로드밴드 소속 장연의 노동자는 ‘진짜 사장 LG•SK가 통신 비정규직 책임져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수천명의 시민들의 응원 함성이 명동 일대로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함성과 함께 한 빌딩에서 ‘박근혜 정권 규탄 전단지’가 살포되었다.
 
◇명동에서 ‘박근혜 정권 규탄 전단지’가 살포되고 있다.(사진=바람아시아)
 
빌딩 근처에 있었던 비둘기들이 놀랐는지, 전단지를 피해 날아갔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평화를 해친 자를 비판한 전단지가 뒤섞여 아이러니한 장관을 이루었다. 비둘기의 비행에 희망과 평화는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보는데 한 숨이 나왔다. ‘과연 희망은 있을까? 답은 뭘까?’라는 생각을 연거푸 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순간 답이 보였다.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집회 가두행진(사진=바람아시아)
 
허우진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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