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최근 LG 재벌가 3세가 자신의 빌딩에서 계약기간이 남은 세입자를 내몰려 했다는 의혹이 전해지면서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건물주가 더 높은 임대료를 받기 위해 세입자를 억지로 쫓아내는 일은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히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상권 발달과 함께 임대료가 급상승한 지역에서 이같은 하소연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계약기간이 엄연히 남은 세입자를 무조건 내몰 수는 없다. 다만 계약기간 완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를 크게 올리면 세입자로서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권리금 등 거액을 날리게 된다. 이들을 지켜줄 법적·제도적 장치도 미흡한 상황이다.
◇새로운 상권에만 '집중'..세입자 보호 '소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이같은 제도적 맹점이 지적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 지역으로 세운상가 지역을 지정하고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와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을 발표했다.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는 쇠락한 세운상가를 복합문화거리로 부활시킨다는 게 골자다. 서울형 고가공원화 사업은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명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방문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에서 청계천 보행교 등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긴 보행로와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에서 서울역 주변 유명 관광지를 도보로 연결하는 계획 등이 세부 사항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월2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역고가 차량길을 사람길로 바꾸는 '서울역 7017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News1
◇임대료 상승 우려에 서울시 '장미빛 전망만'
두 사업이 서울시의 계획대로 잘 풀리고 상권이 활성화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 후유증으로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의 임대료 인상 갈등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문제제기에 서울시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재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 질의응답 시간에 "현재처럼 상권이 침체된 상태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상권이 살아나고 임대료가 오르면 세입자들도 거기에 맞춰 업종을 전환하는 등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입자들과 건물주들이 협의해 임대료 상승 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관계자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게 올릴 경우 업종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자본이 없는 기존 세입자가 쫓겨나는 경우도 많다"며 세입자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운상가 청계천 보행교 복원 등에 약 386억원, 고가공원화 사업에는 약 1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민 세금을 투입해 상권을 살려 건물주들 임대료만 높여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가 건물주들과 임대료 인상을 일정 기간 동안 제한하는 협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서대문구와 신촌지역 건물주들은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맘편히 장사하고픈 전국상가세입자모임' 등은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