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차기 사장 인선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혼란이 점입가경이다. 외부 인사로의 교체 방침이 확정됐지만, 후보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입을 다물고 있다. 책임 방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내부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현 고재호 사장의 연임과 교체설에 시달리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 차례 연기된 주주총회 날짜(31일)도 다가오고 있다. 벌써 일부는 줄서기에 한창이며, 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고 나섰다. 세계 조선업계 2위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다.
대우조선해양은 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경영실적과 이사보수한도 등 2개 안건을 결의했다.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안건은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기에 앞서 선행돼야 할 사장추천위원회도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 일단 고 사장의 교체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 사장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였던 노조조차 '고재호 구하기'에서 '낙하산 반대'로 방침을 변경했다. 다만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이냐를 놓고는 여전히 엇갈린 소식들이 전해진다.
극심한 혼란 속에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으로 중동 순방에 함께 했던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이날 귀국함에 따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란 기대감은 커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16일 다시 한 번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장 안건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상법상으로는 주주총회 2주 전까지만 안건을 확정해 주주들에게 공시하면 된다. 16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 해외투자자와의 협약 상 주총 3주 전까지 안건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들어 9일을 이사회 데드라인으로 여겼다.
하지만 차기 사장 인선이 계속 지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주관은행인 시티은행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이를 승인 받았다. 국내 상법 기준인 2주 전까지 이사회를 열어도 절차적 문제점은 없게 된 셈이다.
만약 16일 이사회에서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차기 사장 인선은 다음 달로 미뤄지게 된다. 이 경우 이달 2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고재호 사장이 차기 사장 선임 전까지 사장직을 맡게 돼 공백은 없지만,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해서는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해 한 달 이상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요사업 계획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부 눈치 보기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인선하기 위해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거나 노동조합이 산업은행에 전달했던 부적절한 인사가 선임될 시 총력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9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로비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이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