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바뀌는 실적공시, 투자자 혼란 초래

외부감사 결과 적자비율 80%나 급증하기도

입력 : 2015-03-12 오후 4:43:48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실적 시즌을 맞아 상장사들의 실적 공시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감사 후 실적이 크게 바뀌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성파워텍(006910)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외부감사 후 기존 -19억4400여만원에서 -42억7500여만원으로 변경됐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동안 당기순이익 역시 외부감사 후 기존 -21억7900여만원에서 -47억9300여만원으로 정정됐다.
 
보성파워텍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최초 공시했는데, 적자로 전환한 규모가 회사의 내부결산보다 외부 감사 후 약 80%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적자가 지속됐는데 전년 대비 적자폭은 외부감사 전 약 3억원에서 약 29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동부CNI(012030)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기존 -83억9460여만원에서 -154억4000여만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기존 -897여억원 -1346억4800여만원으로 각각 변경됐다고 정정 공시했다.
 
동부CNI 관계자는 "이번 실적 정정은 계열사인 동부메탈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보유주식 지분가치 감액에 의한 것"이라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외부감사 결과가 반영된 것이고 외부감사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적이 추가로 변동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장사들의 실적 정정은 이번 달에만 97건 공시됐으며 외부감사의 일정에 따라 향후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외부감사란 회사로부터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이 하는 회계감사를 뜻하는데, 상장사들의 실적이 정정되는 큰 이유는 회사 내부적인 회계 처리 관점이 외부감사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실적이 정정되는 가장 빈번한 유형으로는 상장사에서는 매출을 인식했지만 외부감사들은 그 매출을 인정하지 않거나 비용을 처리할 때 상장사에서는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 항목을 자본으로 인식해 다음 회계연도부터 감가상각해 나가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경우 특히 비용을 어떠한 성격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상장사와 외부감사의 회계 결산은 관점의 차이 때문에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감사와 상장사 간의 회계차이가 큰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실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차이가 중대할 경우에는 회사 경영진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외부감사 후 실적 변동이 큰 상장사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를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매년 실적 시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거래소에는 크게 다른 실적을 공시하는 상장사에 대한 마땅한 처벌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실적이 증시 상승의 모멘텀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치가 크게 바뀌는 것은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최소한 실적의 변동성이 컸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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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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