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 공기업들이 '혁신' 간판 뒤에서 '돈벌이'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 안에 수익 사업 강화가 항상 따라오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시민행복서비스 창출 공기업'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주에는 SH공사가, 지난해 말에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혁신안을 발표했었다.
서울시는 공기업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혁신안 발표를 매번 직접 챙겼다.
시설공단은 지난해 77.7%였던 수지율(지출 비 수익)을 2017년까지 104%까지 높여 100% 자립경영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익모델 개발, 마케팅 활성화로 수익은 최대 352억 늘리고 업무개선, 에너지 절약, 효율화로 55억을 절감한다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시설공단은 체육시설, 지하도상가, 어린이대공원, 추모시설을 4대 핵심 주력사업으로 꼽았다.
체육시설은 비어 있는 동안 행사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야간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빛을 주제로 공연을 한다면 관광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또 시설 명칭을 민간에 대여할 수 있다.
오성규 이사장은 "문학경기장은 명명권으로 연간 10억을 받고 있다. 상암경기장, 장충체육관은 이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공공시설 지하상가는 시설공단이 출자해 자체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2017~2017년까지 돼 있는 입주자들 계약이 끝나면 경쟁입찰 등 새로운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어린이 대공원은 가족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람객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추모시설 화장설비를 이용해 시설공단은 장례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 시설공단은 시장 평균 화장 장례비용의 절반(594만원) 수준이라는 '착한 장례비' 서비스를 서울의료원에서 시작한다. 오 이사장은 "고비용 화장 장례비 요인은 비싼 관, 수의 비용이다. 이 비용들만 빠져도 착한 장례 비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H공사도 지난주 혁신 방안에서 부동산 투자 회사 '리츠'를 세워 2018년까지 부채 3조원을 줄이고 투자부담을 3조원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츠'는 투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 매각차익, 개발수익 등 운용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회사다.
광역거점 복합개발, 공공시설 복합화 등에 필요한 비용을 도시재생 리츠, 자산활용 리츠 등을 설립해 모집할 방침이다. 장기 미매각용지에 민간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국내 건설사나 민간디벨로퍼는 분양과 같은 단기이익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SH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주체로 나서겠다"고 말해, 기존 수익형 부동산 개발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혁신 방안도 수익 사업이 강조됐다. 두 공기업을 합병해 적자를 줄이고 역세권을 개발해 임대업, 숙박업, 물류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코레일이 민자역사 사업을 하는 것처럼 통합 지하철 공사도 환승역 주변에서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공기업들이 혁신을 외치며 수익 사업에 나서는 것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지하철 공사들의 누적 적자가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공기업들의 재정 상태가 불안하고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복지비용 증가로 서울시도 예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을 임무로 하는 공기업이 난국 타개책으로 수익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다가는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오익 경제정의실천연합 팀장은 "공기업은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세워진 곳이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익사업에만 눈을 돌리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수익사업 보다는 고임금 문제 등 경영 효율화 방안을 만들고 공기업 본연의 사업을 통한 재정건전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변창흠 SH공사 사장(왼쪽)이 1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 투자, 출자·출연기관 혁신방안 약정식'에서 혁신 방안을 담은 방안집을 시민대표들에게 증정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