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시장 경기도, 반값 복비 통과..시장 반응은?

경기도, 강원도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중개수수료 인하
"복비 깎을 물건이 없습니다만"..현장은 '시큰둥'

입력 : 2015-03-20 오후 4:00:17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전국에서 주택 거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반값 중개보수 도입을 결정 하면서 시장이 술렁대고 있다.
 
경기 지역에는 과천과 분당 등 일부 지역을 빼곤 인하된 중개료를 적용할 가격대의 전월세가 없기 때문에 허울뿐인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는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지난 19일 경기도의회는 국토교통부의 권고안을 담은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강원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경기도에서는 매매가격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이 현행 '0.9% 이하'에서 '0.5% 이하', 전월세 보증금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은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각각 인하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중개업자는 물론, 소비자들까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의 대상이 되는 주택들은 경기도에서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고가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 집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경기 지역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5720만원, 전세는 1억6211만원으로, 수수료 인하 구간 주택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지역별, 개별 물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치로만 보면 매매가격 6억 원을 넘는 곳은 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몰린 과천 한곳, 전셋값이 3억 원을 넘는 곳은 과천과 성남 분당구 뿐이다. 
 
남양주 별내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별내동은 남양주에서 시세가 높은 신도시인데도 반값 수수료 혜택을 보는 물건이 많지 않다"며 "차라리 제도가 시행되면 혜택이 바로 나타나는 서울이 오히려 거래가 활발해 질 거라는 생각에 사무실을 서울에 차려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심정을 전했다.
 
고양시 행신동에 거주하는 B씨는 "우리 동네는 대형 아파트도 6억 원이 안 넘는다"며 "서민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라고 일침했다.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도 거래에 수반되는 잡음을 당분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개수수료는 거래 당사자와 공인중개사 간의 약정에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약정이 없을 때에는 거래대금 지급이 완료된 날, 즉 잔금 날에 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잔금 시기를 수수료 인하 개정안이 시행되는 날 이후로 미루려는 매수자와 중개업자의 줄다리기가 팽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계약을 한 C씨는 "계약금은 냈지만 잔금은 이사 당일에 맞춰 주기로 했는데 복비 좀 아껴보려고 잔금일을 미룰 수 있냐고 했더니 집 계약하기 전까지 그렇게 잘해주던 중개업자가 바쁘다며 딱 잘라 거절하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중개업자 D씨는 "손님들에게는 집 잠깐 보여주고 수수료 챙겨가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계약서 하나 쓰기까지 갖은 발품을 팔고 기름값까지 들여 무수한 집을 보여드리고 매도인, 매수인, 여기에 임차인까지 조율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정책이 한 번 나올 때마다 정확히 언제 시행되는 줄은 모르고 무조건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인천광역시도 시의회 상임위에서 정부 권고안을 의결, 다음 달부터 반값 수수료가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상남도의회에서는 중개수수료 인하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서울시의회 상임위에서 중개수수료 인하 조례안 통과가 부결됐고, 충청북도는 20일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다음 달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자체별로도 팽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반값 수수료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지는 앞으로 더욱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사실 지방으로 갈수록 있으나 마나한 제도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의회가 중개수수료를 반값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삼고 있다. 사진은 중개업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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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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