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개통 '지옥철 9호선'..답이 없다

수요예측 실패, 내년까지 혼잡 불가피
승객 분산 정책 한계..근본 대책 필요

입력 : 2015-03-27 오후 5:12:13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어떤 이유에서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것을 사과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지하철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식에서 사과를 했다. 서울 동서를 이동하는 시간이 더 절약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박 시장이 사과한 것은 28일 개통부터 예상되는 혼잡 때문이다. 지하철9호선 급행은 ‘지옥 급행열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수요예측 실패가 빚은 '지옥철' 
 
지하철9호선 혼잡이 심한 원인은 서울시가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당초 지하철9호선을 하루 약 24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1단계 운행 차량을 96칸만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수는 서울시 예상보다 많았다. 지난해 약 38만4000명이 지하철 9호선을 이용했다. 예상보다 이용객이 60%나 많은 것이다.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하루 44만명이 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하철9호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된 후 출근시간 급행은 혼잡도가 2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하철 차량 1칸에 158명이 탔을 때 혼잡도가 100%다. 혼잡도 240%는 지하철 1칸에 약 380명이 타는 것이다. 지옥철로 불리는 출근길 지하철2호선 최고 혼잡도는 202%다.
 
혼잡이 심한 지하철9호선은 여러 사고에 취약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람들의 압력과 높은 온도로 실신자가 나올 수 있다. 혼잡을 이용해 소매치기, 성추행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화재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대피, 환자 수송 등이 어려워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다.
 
◇근본 해결책 지연, 승객 분산 대책은 '한계' 
 
지하철9호선 혼잡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차량 운행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를 알고 있다. 정효성 서울시 해정1부시장은 “증차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계획보다 차량을 빨리 늘리는 것에는 제약이 있다. 차량 제작과 검사, 본선 투입을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빨라야 내년 9월 20량이 증차될 예정이다. 2017년까지 50량이 점진적으로 투입된다.
 
이런 증차 속도는 이용자 증가를 소화할 수 없다. 서울시는 올해 말에 지하철9호선 하루 이용객이 60만명, 지금 현재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지하철9호선 증차가 될 때가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지하철9호선이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양~여의도 노선을 지나는 급행 순환버스 8663번을 무료로 운행한다. 배차간격은 2분이고 운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급행버스 전용 좌회전 신호까지 만든다.
 
출근시간대에는 지하철9호선에 예비차량 1대를 추가 편성한다. 이를 통해 급행열차 운행을 2회 늘린다. 지하철 혼잡도가 증가할 경우 급행열차 운행을 줄여 승객들을 완행열차로 분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기업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출근시대를 피해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거나, 혼잡도를 미리 알려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철9호선 주변 기업들에게는 자율출퇴근제, 자택근무 등 도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대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하철9호선 급행은 시간, 요금에서 택시, 버스 등 경쟁 대중교통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김포공항에서 신논현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택시는 비용 2만5000원, 시간 68분이 필요하다. 공항버스는 비용 7000원, 시간 65분이었다. 반면 지하철 9호선 급행은 비용 1350원, 시간 32분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9호선 승객들을 분산시키는 정책들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프로야구 개막..최악 혼잡 우려
 
서울시의 지하철9호선 혼잡 대책의 효과는 개장 당일 검증 받는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운행하는 28일은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다.
 
두산vsNC전을 보기 위해 약 2만6000명의 야구팬이 종합운동장을 찾을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하철9호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혼잡 대책은 평일 출근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프로야구 경기 시간에 대한 혼잡 대책은 없는 상태다. 프로야구 개막전이 끝나고 지하철9호선에서 최악의 혼잡 사태가 우려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지하철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식 이후 지하철9호선을 시승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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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