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 첫 시구자 보면 구단 성격 보인다?

입력 : 2015-03-31 오후 5:13:20
◇2015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시구(始球)는 이제 한국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이벤트다. 경기시작 직전에 진행하는 시구 행사는 이제 리그에 '감초'와 같은 존재가 됐다.
 
프로야구 태동기의 단골 시구자는 정·관계 인사다. 1982년 3월27일 진행된 삼성-MBC 개막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등장한 후 수많은 정·관계 인사가 마운드에 올라섰다.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강수연이 연예인 최초로 마운드에 서기 전까지 시구자는 정·관계 인사와 야구단 모기업 임원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시구는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시구자 선정 범위가 넓어지고 프로야구 인기도 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구에 나서면 세간의 화제에 오르는 만큼 연예·정치 등 인기와 인지도가 중요한 분야의 인사가 각 구단에 먼저 시구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인지도만 고려해 시구자를 선정할 수는 없다. 특히 구단은 프로야구 시즌을 여는 개막전의 경우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올해 각 팀 개막전 시구 행사에서는 구단 현실을 적절히 담아낸 경우가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비수도권 연고 구단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거리상 연예인 초청이 어려운 이들 팀들은 각별한 의미가 담긴 시구를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28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SK의 2015시즌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에서 박용현 씨 일가는 시구, 시포, 시타를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구단 현실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 시구는 삼성에서 나왔다. 지난 28일 대구 시민구장서 열린 삼성-SK의 올해 공식 개막전 경기 직전 행사에서는 '3대(代)'가 시타자(父·박창기)와 시포자(본인·박용현), 시구자(子·박성호)로 그라운드에 서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34년간 정든 기존 야구장을 떠나 내년 신축구장(수성구 연호동)에 간다. '마지막 시민구장 개막전'을 위해 삼성은 시구자를 공모했고 1982년 삼성 어린이회원 출신인 박용현 씨 일가가 뽑혔다.
 
삼성에 따르면 박 씨는 응모 당시 쓴 글에서 "아들이 던지고, 아버지가 치고, 제가 받겠다. 3대가 함께 하는 프로야구는, 사실 우리 프로야구가 나아갈 방향이 아닌가 싶다"며 구체적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삼성은 이번 시구에 "대구구장 개막전은 올해 마지막이다. 그래서 올해 개막전 시구는 추억과 미래를 함께 뜻한다"며 "아버지는 대구구장 34년 추억, 손자는 새구장 미래와 희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각종 내홍에 휩싸인 끝에 사장과 단장, 감독이 모두 바뀌는 초유의 일을 경험한 롯데의 경우 이번시즌 개막2연전 시구자로 팬들의 마음을 달랠 만한 인사를 연 이틀 마운드에 세웠다. 
 
28일엔 부산의 상징적 투수인 고(故) 최동원 코치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가, 29일엔 롯데 투수 출신으로 올해 해외 스카우트 코치 자리에 선임된 사도스키 코치가 투구했다.
 
고 최 코치에 오랜 세월 애정을 보냈던 장년 팬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는 열성 끝에 롯데를 떠난 후에도 SNS로 팬들과 소통하고 롯데에 애정을 표했던 사도스키 코치를 아끼던 청년 팬들은 이들의 시구에 큰 호응으로 화답했다.
 
구단의 현재 목표와 유사한 이름의 시구자를 내세운 경우도 있다.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올해 개막2연전 2일차 시구자로 광주지방경찰청 김일레븐 경장이 올랐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올해 11번째 우승을 노린다. 이번 시구는 마침 팀 직원이 개인적인 일로 경찰서에 갔다가 김 경장 이름을 접했고, 팀이 김 경장에게 시구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29일 광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개막2연전 2일차 경기에서 김일레븐 광주지방경찰청 경장이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제공=KIA타이거즈)
 
NC는 정공법을 택했다. NC는 지역의 리틀·초·중 야구단 대상 대회인 '주니어 다이노스 스프링챔피언십' 최우수 선수인 이세윤(김해삼성초)·김현우(마산동중) 군을 31일 홈 개막전이 열리는 마산야구장에 시구자와 시타자로 초청해 경남권 연고 강화를 꾀한다.
 
신생팀답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벌이는 구단도 있다. KT는 같은 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팀의 정규리그 홈 첫 경기의 시구자를 직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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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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