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노조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의 외부 인사 사장 선임에 반발, 총파업을 통해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7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정치권 눈치 보기로 직무를 유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좌초의 위기로 내몰았던 산업은행이 어제(6일) 벼락치기로 외부인사인 정성립 전 대우조선 사장을 추천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며 “노조가 외부인사라 규정한 정 전 사장 추천이라는 강수를 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정 전 사장을 대우조선 사장으로 추천한 것은 인적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의도와 함께 대우조선 매각을 앞두고 산은의 충실한 대변인의 역할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그동안 언론에 거론됐던 내부인사가 왜 어떤 이유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고 정성립 사장을 추천할 수밖에 없었는지 노동조합에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6일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사진)를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산은은 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장 선임 안건을 부의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을 거쳐 1981년부터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다. 2001~2006년 두 차례 대우조선 대표를 지냈고 2013년부터 STX조선해양 대표를 맡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산업은행 측은 "정 후보자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조선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조선업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내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차기 사장 후보자를 찾지 못해 수차례 이사회를 미루면서 외부인사 영입은 확실시돼 왔다. 여기에 지난달 말 유력한 내부 출신 후보자로 거론되던 부사장 3명이 보직 해임되면서 내부 출신인사의 선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조선업과 관계 없는 정치권 인사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정 대표가 잠시 산업은행에 몸을 담기는 했지만 과거 대우조선 사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경력이 있고, 특히 2001년에는 1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켜 경영 능력도 검증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정 대표도 외부인사로 보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9일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 등을 직접 언급하며 "정치권은 물론, 조선업계의 외부 인사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노조는 5월 임시 주주총회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일단은 산은의 해명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의 해명이 충분치 않거나 독단으로 사장 선임을 강행할 경우 임시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가능한 인력을 동원해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의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중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다음달 총파업을 위한 사전준비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공식 성명을 통해 산은에 해명요구를 한 만큼 이번 주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산은의 해명을 기다리겠다”며 “오늘 오후 노조 회의를 통해 이사회 대응 방안과 향후 세부적인 투쟁일정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