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경기 회복 방안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 언급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대책이 공개됐다.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과 통화, 구조개혁에 이어 네 번째 쏘는 화살이다.
대책에는 정부와 민간이 사업위험을 분담해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제3의 방식이 도입됐다. 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해 민간투자를 가로막았던 장벽도 없앴다.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부대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민간에 더 많이 돌려주는 '당근'도 담겼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은 민간의 풍부한 여유자금을 끌여들여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시급하나 정부의 부족한 재정여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 민간투자사업의 폐해를 생각하면 정부의 발상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다. 과도한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지급으로 민자사업은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며, 비싼 이용료는 결국 국민 몫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News1
8일 정부가 발표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면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민자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재정'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여력이 부족하나, 민간은 저금리 시대에 여유자금이 풍부하다.
따라서 정부는 시중여유자금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하고, 국가 전체 가용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기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에 중점을 둔 것은 새로운 제3의 사업방식 도입이다. 현행 민자 추진방식은 사업위험을 민간이 대부분 부담하는 BTO 방식과 정부가 부담하는 BTL 방식으로 단순화돼 있다.
하지만 민간의 투자패턴이 고수익·고위험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는 형태로 변화되면서 BTO 사업 투자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또 BTO 방식이 높은 리스크로 인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많고 이용자 요금도 높다는 단점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BTO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제3의 사업방식, 'BTO-rs(위험분담형)'·'BTO-a(손익공유형)' 방식을 도입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새로운 제3의 사업방식 도입으로 민간의 리스크가 감소, 신규사업 발굴이 활발해지고 장기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면서 "사업 리스크 감소로 약 7조원대의 신규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다. 우선 그 동안 추진돼 왔던 민자사업이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기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민간재원 유인 목적으로 MRG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부족한 수익을 정부재정으로 채워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중앙정부가 운영 중인 민간투자사업의 재정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사업비 28조원의 46%인 13조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했고 민자사업이 처음 시작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민자도로와 민자철도의 이용료로 시민들이 재정사업 대비 2조9000억원(추정치)을 더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민자사업이 사회기반시설을 민간자본으로 건설·운영해 예산을 절감한다는 당초의 취지는 퇴색되고 건설은 국민세금으로, 운영은 시민부담으로 전가돼 건설사의 배를 불리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민자사업의 높은 이용료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부풀려진 건설비와 높은 수익률 등으로 결국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비싼 이용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오인 팀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인 민자사업 활성화정책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성 파괴, 시민부담과 세금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활성화가 아닌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용만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면 수익률을 낮출수 있는데,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요금을 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리스크와 수익률을 낮춰 요금이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