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국내 손해보험사의 건전성 수치를 나타내는 지급여력(RBC) 비율에서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50% 가까이 RBC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으로 RBC비율을 채우는 모습이다.
8일 뉴스토마토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만으로 RBC비율을 산출할 경우 최고 46%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메리츠화재의 작년 말 기준 RBC비율은 231%지만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184%로 급락한다. 흥국화재도 163%에서 122%로 42%포인트 하락한다.
이밖에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000400)은 각각 38%, 34% 하락하는 등 중소형 손보사들은 보완자본에 의존해 RBC비율을 맞추고 있었다.
기본 자본 RBC 비율 및 RBC 비율 (단위 : %)
보완자본에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후순위채, 계약자이익배당준비금, 배당보험손실보전준비금,비상위험준비금 관련 이연법인세부채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보완자본 중 대부분이 '빚'인 후순위채 발행금액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000060)의 보완자본 3290억 중 74.8%인 2469억원이 후순위채 발행비용이며 MG손보는 427억 중 412억원인 96.5%,
흥국화재(000540)는 1404억 중 96%인 1348억원이 후순위채 발행 비용이다.
보험사가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이다. 증자의 경우 기본자본으로 인정되지만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변제순서가 나중이어서 일반 회사채에 비해 안전도가 떨어지는 만큼 이자율이 시중 금리보다 높다.
또한 후순위채는 잔존만기 5년 부터 20%씩 자본에서 차감된다. 이렇게 되면 인정되지 않은 자본을 위해 이자만 수백억을 지불하는 셈이다.
◇보완자본 및 후순위채 비중 (단위 :천원, %)
이에 반해 대형사의 경우는 보완자본 중 대부분이 비상위험준비금 관련한 이연법인세다. 비상위험준비금이란 보험사가 이상위험(異常危險)에 따른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통상의 책임준비금과는 별도로 적립하는 준비금이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선 경과보험료의 일정비율에 도달할 때까지 매 분기 비상위험준비금을 적립토록 하고 있다. 적립 규모는 종목별 보유보험료를 기준으로 각각의 적립비율을 곱한 금액에서 보험사가 35~100% 수준에서 정하게 된다.
결국 중소형사의 보완자본은 '빚'으로 구성됐고 그 '빚'으로 RBC비율을 상승시킨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후순위채를 발행한 회사들의 이자에 대한 부담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일부사의 경우 IFRS4 2단계 준비는 커녕 현재 RBC비율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