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역 고가공원화 소통 '난항'

회현시민아파트 앞 주민과 시청직원 몸싸움

입력 : 2015-04-17 오후 4:05:31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고가공원화 사업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주민들은 대화를 거부했다.
 
17일 박 시장은 ‘서울역 7017프로젝트’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서소문근린 공원부터 약현성당, 서울역청소차고지, 서울역 광장, 서울역 주변 쪽방촌, 남대문시장, 회현시민아파트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회현시민아파트에는 가지 못했다. 고가공원화 사업을 반대하는 10여명의 주민들이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 시장이 회현역 주변 퇴계로에 들어서자 “돌아가라”고 고성을 지르며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에게 접근하려는 주민들과 시청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들은 박 시장이 다른 길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따라와서 길을 막았다. 결국 박 시장은 일정을 조기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17일 7017프로젝트 현장시장실 행사에서 회현시민아파트로 가려는 박원순 시장을 사업 반대 주민들이 막았다. 한 주민이 박 시장에게 가까이 접근하자 시청 직원들이 막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앞서 남대문시장 방문에서는 약 60명의 시장 상인들이 남대문시장길을 막았다. 박 시장은 소월길을 돌아서 남대문 시장에 진입했다.
 
회현시민아파트에 오기 전까지 박 시장은 주민들과 만나 ‘7017프로젝트’를 직접 설명했다. 박 시장 스스로 “시장이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할 만큼 공을 들였다.
 
‘7017프로젝트’는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바꿔 유명 관광지가 된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참고로 한 정책이다.
 
박 시장 2기 핵심과제인 도시재생에서 서울역고가공원화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서울역 주변 지역은 서울 도심인데도 철도와 고가도로, 차량전용 도로로 격리됐고 낙후됐다. 고가를 보행자용 공원으로 만들어 이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나아가 종묘, 시청, 명동, 남대문 시장, 남산, 청계천 등 서울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박 시장은 “서울은 외국 관광객 등이 갈 수 있는 주요 지역이 분열돼 있다. 7017프로젝트는 서울의 연결축을 만들고 보행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고가공원화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차들이 고가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면 유입 인원이 줄어 지역경제가 더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관리하는 중구청장도 반대하는 주민들 편에 섰다. 서울시는 이날 행사에서 주민들과 청책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구청장이 청책토론회 불참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중구청은 서울시가 고가공원화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구청의 비협조와 일부 주민의 반대로 행사는 축소됐지만 서울시는 반대 주민들과 소통·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고가공원화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1대 1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로부터 고가도로 폐쇄 후 교통문제와 노숙자, 지역경제, 쓰레기 문제 등 걱정을 들었다.
 
박 시장은 주민들에게 대체도로와 봉제사업 단지화 등 대안을 약속했다. 청소차고지는 공원이나 광장으로 바꾸는 등 대책도 제시했다.
 
박 시장의 태도에 반대 주민들의 태도도 누그러졌다. 예를 들어 서소문 공원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현수막으로 박 시장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이 때 박 시장은 현수막을 든 주민에게 의견을 말해달라고 다가섰다. 박 시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 주민은 진로를 막지 않았다. 고가공원화 사업을 반대하던 또 다른 주민은 사업을 설명하는 박 시장에게 음료수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의 걱정이 많지만, 이번 사업은 중구의 어려움과 낙후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라며 “주민들을 시장실로 모시던지 현장시장실을 다시 열어서 지역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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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