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그리스 디폴트 전제 '플랜B' 짜는 유로존..향후 시나리오는

그리스-유로그룹 합의 실패..디폴트 가능성 고조
'플랜B'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자발적 그렉시트 유도하나

입력 : 2015-04-27 오후 3:39:51
"디폴트 감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스 양보 없이는 한 푼도 더 이상 내줄 수 없다."
 
지난 주말 그리스 구제금융 집행문제를 두고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도출된 최종 결론이다. 특히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B' 라는 단어까지 언급되면서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그리스에 대한 압박용이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단시간 안에 해결되기 힘들거라는 분명한 시그널은 확인된 셈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다수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구제금융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답은 노(No)"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리스가 개혁에 있어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며 "플랜B는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열린 회의에서 유로그룹과 그리스는 72억유로 구제금융 지원 협상에 실패했다. (사진=로이터)
 
◇그리스 디폴트 리스크 증폭.."현실 가능성 높아졌다"
 
그리스는 오는 7월까지 채무상환 스케쥴이 줄줄이 잡혀 있는 상태다. 
 
5~6월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상환자금은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상환 유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문제는 7월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 35억유로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7월20일이 그리스 디폴트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6월 경 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7월 국채상환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리스가 최대한 다양한 경로에서 자금을 끌어온다해도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은 6월 말 까지라는 얘기다.
 
다행히 6월 이전에 그리스에게 한 번의 기회는 더 남아있다. 다음달 11일 예정된 유로그룹 회의에서 추가 지원합의에 대한 논의가 오갈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지금과 같이 추가 긴축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추가 지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는 확정수순을 밟을 것임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 대비하자 '비상'
 
그리스가 추가 긴축안을 받아들이고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받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과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두산 므라모 슬로베니아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우리가 뭘해야하는지가 내가 논의하려는 바"라며 "6월 말 최종협상이 불발될 때를 대비하기 위한 '플랜B'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폴트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막 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등 다른 재무장관들도 플랜B 마련에 지지를 표한것으로 알려졌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 '비밀유지' 부분에 속한다는 답변을 내놓아 실제로 플랜B에 대한 논의가 오갔음을 내비쳤다.
 
◇'플랜B'에 담길 내용은
 
ECB는 그리스의 디폴트에 대비한 비상계획 수립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맞을 경우를 대비해 여러가지 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리스가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받기 위해 제공하는 담보물의 자산 가치를 상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ELA는 시중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때, 중앙은행들이 ECB의 승인을 받아 자금을 제공받는 것이다.
 
ECB는 현재 그리스에 제공한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중이다. 
 
정상적인 ECB 프로그램 하에서 질서있는 디폴트를 맞는 경우 상환금액의 75% 상각, 무질서한 디폴트 선언의 경우 그보다 높은 90%까지 상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강한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리스크에 대한 추가 지금지원은 물론이고 이전 융자금도 조기에 회수함으로써 자발적인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를 유도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강경책은 유로존 개별 은행들의 그리스 익스포져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은 35억유로에 불과한 상태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변동성은 높아지고 담보 가치 역시 파괴된다"며 "그리스 은행권의 담보 가치 하락을  예의주시해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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