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제조업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은 4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54.0)보다 소폭 하락한 53.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의 PMI 지수는 51.5에서 50.2로 떨어져 경기확장 기준치인 50을 겨우 웃돌았다. 독일의 PMI 지수도 전월(55.4)보다 소폭 하락한 54.2를 기록했다.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제조업경기가 둔화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끈것이다. 유럽의 성장엔진이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실물경기 회복에 반영되고 있다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에 전문가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연구원은 "이번 지표 부진은 ECB의 양적완화가 유럽지역의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ECB의 부양책이 올해 실물경기를 살려낼 것이라는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해 섣불리 논하는 것은 이른 시점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높아진 기대감을 실물지표가 따라가는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적완화 효과가 가시화되고 유로존 경기회복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첫번째 핵심 과제는 그리스 채무협상 합의다.
그리스 은행들의 ECB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를 우려한 예금자들의 유로화 인출이 가속화될 경우, 시장불안이 심화되며 유로존 경기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ECB의 국채매입 목표액 달성 여부다.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 지속으로 ECB가 월간 국채매입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시장에서 기대했던 QE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주변국들의 구조개혁안 이행 여부 역시 중요 과제로 꼽힌다. 중심국과 주변국간의 격차가 큰 유로존에서는 양적완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개별국 차원의 구조개혁과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병행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5일 통화정책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에 대해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수개월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하반기엔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에는 더욱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