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2만弗 시대..주범은 환율

입력 : 2009-05-05 오전 9:40:33
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5년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기 어렵다고 본 것은 한국경제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달러 기준으로 환산되는 1인당 국민소득은 기본적으로 환율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많지만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해도 IMF의 전망은 너무 비관적이기 때문에 향후 5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할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리고 있다.


◇ "올해 국민소득 1만5천弗 미만 추락"

IMF는 올해 한국의 국민소득이 1만4천945달러로 지난해의 1만9천231달러 대비 22.2%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1년 1만631달러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며 2007년에 2만1천695달러로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1만9천231달러로 뒷걸음했다.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이런 급속한 하향조정의 배경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격 변수인 환율 변동이 크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경제성장률은 2.2%가 나왔지만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07년 929.20원에서 지난해 1,102.60원으로 오르면서 국민소득이 2만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올해의 경우 1월 평균 환율이 1,346.10원, 2월 1,388.85원, 3월 1,415.22원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연평균 환율을 1,300원으로만 잡아도 국민소득이 18%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IMF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4%로 보고 있어 국민소득의 추가 하락 효과가 있다.

◇ 5년후에도 1만9천弗?

IMF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10년에 1만5천192달러, 2011년 1만6천67달러, 2012년 1만6천866달러, 2013년 1만7천839달러, 2014년에 1만9천15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난해와 올해에 잃어버린 국민소득은 2014년이 돼도 회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측의 이면에는 우선 달러 강세, 이로 인한 원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전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 전망을 할 때 환율과 같은 시장 변수를 상수로 고정하는 경향도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쉽사리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섞여 있다. IMF는 우리경제가 내년에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MF도 세계경제가 성장궤도로 복귀하면서 한국이 약진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진행되는 동안 1인당 GDP 하락률은 22.2%로 33개국 중 7번째로 크다. 2008년 대비 2010년은 8위로 한 계단 내려서며, 2007년 대비 2014년은 19위로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회복속도가 평균은 넘는다는 의미다.

IMF는 이번 경제위기로 33개국 중 20개국이 2014년까지 2008년의 1인당 국민소득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내년 물가상승률 선진국 중 최고"

IMF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1.7%로 아이슬란드(10.6%), 몰타(1.8%)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3.0%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207억달러, 2010년 221억달러, 2011년 241억달러, 2012년 259억달러, 2013년 250억달러, 2014년 281억달러로 향후 5년간 200억달러 수준의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에선 1인당 국민소득 등 IMF의 전망에 대해 이견이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IMF의 한국 전망치는 세계 주요국의 경기 변동과 연관돼 있다"면서 "최근 한국은 이와 별개로 급속한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어 IMF 전망치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2014년에도 1만9천달러에 머문다는 가정은 좀 지나치다"며 "늦어도 2012년에는 2만달러를 다시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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