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
동아에스티(170900),
종근당(185750) 등 국내 제약사들이 조루치료제인 '프릴리지'를 상대로 3년간 대법원까지 가는 혈투 끝에 최종 승소를 받아냈다. 복제약 독점권을 받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독점권을 받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복제약 허가신청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오리널약에 대한 특허소송으로 막대한 비용을 쓰고도 독점권을 얻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비투팜의 GLA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15일 복제약 독점권의 시행으로 시행으로 약 1600여건의 특허심판이 청구됐다. 지난해 청구 건수 240여건에서 약 7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다.
◇국내 제약사들이 조루치료제인 '프릴리지'를 상대로 3년간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복제약 독점권에서 제외됐다.
특허소송이 급증한 것은 복제약 독점권을 받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3월15일 시행된 복제약 독점권은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깬 의약품에 9개월 동안 독점판매 기간을 부여하는 새로운 제도다. 자격 조건은 각각 최초 특허소송 청구와 허가신청 접수다.
복제약 독점권 제도에 따라 프릴리지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5개사는 복제약 독점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독점권을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약은 출시가 되면 실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조사(PMS)하게 된다. 조사 기간은 4~6년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복제약 진입이 불가하다. PMS가 끝나야 복제약 허가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프릴리지는 PMS가 오는 7월에 끝난다. PMS 만료일보다 일찌감치 특허소송을 청구한 것이 화근이다. 허가신청 접수일을 기다리는 사이 대법원의 판결이 나버린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프릴리지의 해당 특허가 무효됐고, 특허등재목록에서 삭제됐다. 즉, PMS 만료 이전에 특허등재목록에서 소멸돼 독점권 요건이 성립하지 않게 됐다. 복제약 독점권은 등재된 특허를 대상으로만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허목록에서 삭제되면 복제약 독점권을 받을 수 없다"며 "복제약 독점권을 받으려면 허가신청을 할 당시의 등재특허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600여건의 소송 중에서 2020년까지 PMS가 남은 오리지널약이 상당수 포함됐다. 5년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프릴리지는 대법원 판결까지 3년이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이 제기한 1600여건의 소송에서 이 같은 경우가 많이 나타날 수 있다"며 "3~5년 동안 비용을 들여 3심까지 원개발사와 소송공방을 하고도 헛수고만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